[이경호의 추남일기] 단기전 승부사는 존재하는가? <감독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7일 05시 30분


김응룡 전 감독-NC 김경문 감독-전 삼성 류중일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김응룡 전 감독-NC 김경문 감독-전 삼성 류중일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페넌트레이스는 대륙을 횡단하는 자동차 랠리와 같다. 기상과 질병, 부상, 고장, 사고 등 온갖 변수와 함정을 지나야 한다. 프로야구 감독은 긴 항해를 이끄는 선장과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반대로 포스트시즌은 폐쇄된 서킷을 달리는 레이스다. 단기간이기 때문에 외부 변수는 거의 없다. 갖추고 있는 전력으로 맞붙는다. 그래서 감독의 지략과 전술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팬들이 머릿속에서 그리는 역대 최고의 단기전 승부사는 아마 김응룡 전 감독일 것이다. 한국시리즈서 무려 10번이나 우승했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2003년 삼성 감독 때는 3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했지만 당시 신인 사령탑이던 조범현 감독이 이끈 4위 SK에 2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현미경 야구로 불리는 세밀한 전력분석이 그라운드에 본격적으로 투영되기 시작했던 시점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단기전에 강한 스타일로 보이지만 PO 성적은 13승19패 승률 0.406이다. 준PO는 7승6패1무로 5할 승률을 간신히 넘는다.

아직 우승경험이 없어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는 NC 김경문 감독은 준PO 6할, PO 0.548의 승률을 자랑한다. 한국시리즈에서만 3차례 패배했지만 단기전 성적이 나쁘지는 않다. 단, 타 감독과 달리 가을에도 선 굵은 스타일을 유지하는 소신을 갖고 있다.

과연 단기전의 승부사는 존재할까. 현장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교차한다. 최근의 흐름은 확실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변화무쌍한 응용력과 능동적인 대처방법을 가진 감독의 단기전 승률이 더 높다는 점이다.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수차례 위기에 몰렸다. 2013년 두산과 한국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김진욱 현 kt감독이 이끈 두산에 먼저 2패를 당했다. 1승3패로 벼랑 끝까지 몰렸다. 그러나 이정식, 이지영 중심의 포수 라인을 재정비하며 과감히 진갑용을 다시 주전 포수로 기용하고 위기에 몰린 선수단을 최대한 안정시키며 결국 역전 우승했다. 선발투수 2명이 기용되는 ‘1+1’전법도 류 전 감독이 유행시킨 전술이다.

2009년 시즌 중반 KBO는 이전까지 허용됐던 덕아웃의 전자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당시 SK 김성근 감독은 수비시프트 등 정보를 관중석의 전력분석팀으로부터 수신호로 전달받기로 했다. KIA 조범현 감독은 이 사실을 시즌 중에 알았지만 어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시작과 함께 코칭스태프를 통해 룰에 어긋난다고 엄중히 항의했고, SK의 시스템을 일부 마비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단기전 성적이 3승9패로 승률 0.250이다. 한 현직 코치는 “로이스터는 감독 사인을 가장 안 바꾸는 스타일이었다. 포스트시즌에 가도 패턴을 고수했다. 몇몇 팀은 롯데 덕아웃의 의중을 다 읽으며 경기했다”고 귀띔했다. 전략적인 변신이나 새로운 시도도 없었다.

준PO를 치르고 있는 넥센 염경엽 감독은 단기전에서 3인 선발을 고수하고 있다. 불펜 역시 ‘쓰는 투수만 쓴다’는 비판이 종종 따른다. 팀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을 뒤집어 이기는 경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가을에 등장하는 깜짝 스타 탄생의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약점도 따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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