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기간 중 신임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유승민 위원이 한국과 전 세계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와 인터뷰하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포즈를 취한 것처럼 유 위원도, 한국 스포츠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선수 진로·꿈 키워가도록 돕고 싶어 평창동계올림픽 도움주는 역할할 것
20일 새벽 2시. 대한민국에 낭보가 전해졌다. ‘탁구영웅’ 유승민(34)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됐다는 소식이었다. 후보 23명 중 2위였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진 탓에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진심’이 통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한 전 세계 1만1000여 명의 선수들은 오전 7시부터 자정을 넘어서까지 선수촌에서 부지런히 발품을 판 유승민을 기억하고, 자신의 한 표를 던졌다. ‘진인사대천명’을 가슴으로 새기며 도착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승민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2번째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 8년의 임기 동안 각종 사안에 대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 IOC 위원과 똑같은 자격으로 활동한다.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귀국한지 닷새. 쉴 틈이 없었다.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장에 임명되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또 다시 바빠졌다. 어렵게 짬을 내 30일 서울 삼청동의 작은 한옥카페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유 위원은 “대한민국과 지구촌 스포츠, 그리고 우리 선수들의 인생과 제2의 삶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그런 따뜻한 사람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IOC 선수위원 유승민.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솔직히 당선을 예상했나.
“그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시합하듯 어떤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현장에 도착해 동선을 파악하고, 부지런히 움직이자는 생각만 했다. 시차적응을 할 틈이 없었다. 지난달 23일 밤 도착해 24일 새벽부터 열심히 발로 뛰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최대한 많이 선수들과 만났다.”
-IOC 선수위원의 역할을 모르는 이도 많은데.
“공식 직함은 ‘IOC 위원’이다. 똑같은 권리와 역할을 하게 된다. 좀더 선수들에게 포인트를 맞출 뿐이다. 여기에 다양한 분과가 있다. 권익, 도핑, 문화, 교육 등이다. 11월 스위스 로잔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이 때 미팅을 통해 어떤 분과를 맡을지가 정해진다. 지금 생각으로는 교육 쪽에 마음이 있다. 교육이 가장 기본이니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수가 새로운 진로와 꿈을 키워가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물론 좀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 마주친 선수 50%가 모른 체했고, 45%가 인사를 건네고 5%는 ‘네가 당선돼야 할 이유’를 물었다고 했다. 어떤 답을 해줬나.
“나 역시 올림피언이고, 메달리스트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은퇴 후 지도자 커리어를 쌓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선수 이후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난 후배를 가르치는 지도자의 삶을 경험했지만, 아무래도 기술적 부분 외에 한계 역시 뚜렷했다는 경험담도 전했다. 막연한 미래설계를 카운슬링해주고 싶어 선거에 나왔다는 답을 했다.”
유 위원은 당선 여부를 떠나 돈 주고 살 수 없는 큰 경험을 했다고 자부했다. 수많은 외국선수들과 마주치며 그들의 고민과 우리 선수들의 그것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IOC 선수위원 유승민.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한국 스포츠외교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도 많다.
“IOC 위원이 NOC(국가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한국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더욱 높은 자리를 향하고,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면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다. 작은 힘이나마 역할을 하고 싶다. 물론 근본은 선수들에 맞추겠다.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선수 때의 치열한 노력, 지도자로서 열정, 선거를 준비하며 얻은 진심과 자세로 나서겠다고 약속한다.”
-왜 스포츠 외교관을 생각하게 됐나.
“갑자기는 아니다. 세대교체를 막는다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2012런던올림픽 탁구 단체전 주자로 나섰던 것은 후보 출마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어학연수를 준비하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지도자로 입문했다. 후배를 키우는 재미도 느꼈다. 그런데 한계가 있었다. 잠시 잊고 있던 비전을 펼치고 싶었다. 선수로 선수를 생각하는 마음, 지도자로 선수를 생각하는 마음과 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싶었다.”
-당선 후 IOC 총회에 참석했는데,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어떤 이야기를 했나.
“이번 선거가 후보자들간 어떠한 비방도 없는, 아주 깨끗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서 정말로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실제로 후보들 모두 페어플레이를 했다. 어렵게 온 만큼 진심으로 선수들에게 다가서겠다. 리우올림픽 이후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가 내 사례를 보며 새로운 길을 알게 됐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한 것을 봤다. 정말 흐뭇했다. 나로 인해 꿈을 갖는 후배가 있는 것처럼 더 행복한 일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