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의 신을 흔든 부부젤라… 다음엔 안통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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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2016 리우올림픽/분투]진종오, 10m권총 아쉬운 5위
관중들 발 구르며 “우우우” 함성
경기장 떠나며 “죄송합니다” 한마디… 주종목 50m서 올림픽 3연패 도전

귀막은 진종오 진종오가 7일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5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양손으로 귀를 막고 있다. 진종오는 남은 50m 권총에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귀막은 진종오 진종오가 7일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5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양손으로 귀를 막고 있다. 진종오는 남은 50m 권총에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진종오가) 50m는 산전수전 다 겪어 봐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10m는 아직까지는 확신이 안 든다고 하더군요.”

차영철 한국 사격 국가대표팀 코치는 7일 진종오(37·kt)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예선 경기를 치르기 전 이렇게 말했다.

국제사격연맹(ISSF) 랭킹을 봐도 그렇다. 진종오는 화약총을 쓰는 50m 권총에서는 세계 1위지만, 공기총을 쏘는 10m에서는 4위다. 진종오는 이날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린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38.9점을 쏴 5위를 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금메달을 땄던 걸 생각하면 아쉽지만 세계 랭킹에 크게 뒤진 성적은 아니었다.

사실 10m 공기권총은 진종오의 부전공이다. AP통신이 올림픽 개막 전 예측한 이 종목 메달 후보 가운데 진종오의 이름은 아예 없었다.

진종오는 이날 아쉬움에 젖어 있을 여유가 없었다. 11일 자신의 전공인 50m 권총에서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의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진종오는 이날 경기를 끝낸 뒤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서둘러 경기장을 떠났다.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연이어 시상대 꼭대기에 올랐던 그의 눈은 어느새 리우 시상대 정상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진종오가 50m 권총에서 황금빛 타이틀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관중 함성 등 현장 소음을 이겨 내는 게 중요하다. 진종오는 이날 마지막 발을 쏜 뒤 귀를 막았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현장 소음이 생각 외로 굉장히 강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중국 관중이 열광적이었지만 브라질 팬들이 더 심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발을 구르며 “우, 우, 우” 하고 구호를 외쳤다. 브라질 선수 펠리피 아우메이다 우(24·은메달)를 응원하는 소리였다. 일부 관중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등장했던 부부젤라 모양의 피리를 불었다. 이날 우는 사격 신호가 떨어지면 재빨리 방아쇠를 당긴 반면 진종오는 가늠쇠를 충분히 지켜본 뒤 총을 쐈다. 우가 총을 쏘고 나면 관중이 응원을 시작했기 때문에 진종오로서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진종오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귀마개 착용을 주문해야 할 것 같다. 소음에 대비하느라 국내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연습했는데 이런 소음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경험하지 못했던 소음에 흔들렸던 진종오는 좋지 않았던 경기는 빨리 털어낸다는 장점을 지녔다. 경험이 풍부한 진종오가 무심의 사격을 다짐하고 있다.

진종오가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면 이 종목에서 올림픽 3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통계를 보면 2000년 이후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해 3연패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지금까지 7명이다. 이 중 4명은 여성이다. 아시아권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일본 여자 레슬링의 이초 가오리와 요시다 사오리뿐이며 남자 선수는 아직 없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kini@donga.com ·정윤철 기자
#올림픽#리우#진종오#부부젤라#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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