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워싱턴의 7년 공든탑’ 스트라스버그 전성시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18일 05시 30분


워싱턴 스트라스버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워싱턴 스트라스버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6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스물여덟 동갑내기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사진)의 경쟁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시즌 초반에는 커쇼가 단연 돋보였다. 11승2패(방어율 1.79)로 전반기를 마쳐 생애 4번째 사이영상을 정조준하기에 충분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커쇼가 부상자명단(DL)에 올라 있는 사이 스트라스버그가 시즌 개막 후 13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후반기 첫 경기(피츠버그전)에서 스트라스버그는 8이닝 동안 고작 3안타만을 허용하며 팀의 5-1 승리에 앞장섰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3연승 이상으로 시즌을 출발한 선수는 1969년 데이브 맥널리, 1978년 론 기드리, 1986년 로저 클레멘스, 2013년 맥스 슈어저에 이어 스트라스버그가 5번째다. 앞선 4명 중 맥널리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그해 사이영상을 품에 안았다.

한 걸음 천천히

고교 시절 커쇼와 스트라스버그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최고 유망주였던 커쇼는 홀어머니를 위해 대학 진학 대신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7번으로 다저스에 지명돼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반면 스트라스버그는 고교 2학년 때 1승10패의 참담한 성적을 낸 별 볼일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졸업반 때는 7차례나 완투하며 방어율 1.68을 기록해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모했다. 그러나 커쇼와는 달리 어느 메이저리그 팀도 그를 지목하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이 나온 고향팀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으로 진학했다. 이때만 해도 이 대학으로 진학한 것이 ‘신의 한 수’인 줄은 몰랐다. 이 팀의 감독은 바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전설적인 타자였던 토니 그윈이었다.

대학 진학 후 몸만들기에 공을 들이자 체중이 14kg이나 증가하면서 볼에 더욱 힘이 붙기 시작했다. 그윈 감독의 배려로 1학년 때는 불펜투수를 하다 시즌 후반부터 마무리를 맡았다. 선발로 전환한 것은 2008년부터. 그해 4월 유타대학과의 경기에서 무려 23개의 삼진을 잡으며 완투승을 따내 눈길을 끌었다. 시속 100마일(161km)의 강속구를 장착한 스트라스버그는 2009년 13승1패, 방어율 1.32를 기록했다. 공군사관학교를 상대로 노히트노런까지 달성한 그가 대학 최고투수상을 받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망의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스트라스버그의 이름은 가장 먼저 불렸다. 그를 지명한 워싱턴은 신인 사상 최고인 4년 1510만달러(약 171억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계약마감 시한 77초를 남기고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것. 그의 에이전트는 스캇 보라스였다.

화려한 데뷔

신인지명 후 그가 빅리그에 데뷔한 것은 불과 1년 만인 2010년 6월8일 피츠버그전이었다. 데뷔전을 마치자 스포츠일러스트레티드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데뷔전’이라 보도했다. ESPN은 그의 이름과 크리스마스를 합쳐 ‘Stramas’라 칭했다. 그도 그럴 것이 7이닝 동안 2실점했지만 볼넷 없이 무려 14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호투를 펼쳤기 때문. 이날 던진 94개의 투구수 중 34개가 98마일(158km)을 넘겼다. 심지어 100마일도 두 차례나 찍었다. 단숨에 스트라스버그의 저지는 그해 6월 메이저리그 전체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강력한 퍼포먼스는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어깨 건염에 이어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이 이어지면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기다림의 미학

1년여의 재활 끝에 2011년 24이닝을 던지는 데에 그친 스트라스버그는 2012년 15승6패(방어율 3.16)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6월13일 가장 먼저 탈삼진 100개를 돌파했고, 생애 처음 올스타에 선정됐다. 하지만 워싱턴 구단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즌 개막에 앞서 160∼180이닝 정도로 투구 제한을 두기로 했지만 팀이 승승장구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해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스트라스버그의 투구이닝 제한 실행 여부는 미 전역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국 데이비 존슨 감독은 9월8일 경기를 끝으로 스트라스버그가 부상 재발 방지를 위해 시즌을 접는다고 선언했다. 그의 투구이닝은 159.2이닝이었다. 팀의 에이스 없이 치른 디비전시리즈에서 워싱턴은 세인트루이스에 2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스트라스버그가 있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지만 구단은 먼 미래를 보고 힘겨운 결정을 내려 큰 박수를 받았다.

창단 첫 우승이 보인다

2013년 8승9패로 시즌을 마감한 스트라스버그는 이듬해 생애 최다인 215이닝을 소화하는 등 지난 2년 동안 25승을 따냈다. 지난해 FA 영입으로 가세한 맥스 슈어저와 함께 이제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로 인정받고 있다. 두 선수에게 투자한 돈은 무려 3억8500만달러(약 4370억원). 2015년 슈어저와 7년 2억1000만달러(2384억원)에 계약한 워싱턴은 올 시즌 도중 스트라스버그와 2017년부터 7년간 1억7500만달러(1986억원)의 조건으로 연장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이미 114.2이닝을 던져 33개의 볼넷을 내주는 동안 138개의 삼진을 잡아낸 스트라스버그는 지난해 9월부터 16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0마일대 후반의 불같은 강속구에 노련미가 더해져 방어율(2.51), 이닝당출루허용수(0.99), 피안타율(0.195)에서도 리그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1969년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출발한 워싱턴 내셔널스는 아직 우승은커녕 월드시리즈 진출조차 경험이 없다. 2012년과 2014년에 이어 또 다시 2년 만에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노리고 있는데, 올 시즌만큼은 반드시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스트라스버그에게 들인 지난 7년여의 지극정성이 이제는 보상받을 때도 됐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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