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눈물의 꽃’ 피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12일 05시 45분


포르투갈의 특급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벌어진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1-0으로 꺾은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호날두는 전반 부상을 당해 벤치로 물러났지만, 국가대표로서 첫 우승의 영예를 안으며 무관의 한을 씻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포르투갈의 특급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벌어진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1-0으로 꺾은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호날두는 전반 부상을 당해 벤치로 물러났지만, 국가대표로서 첫 우승의 영예를 안으며 무관의 한을 씻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대표팀만 가면 작아졌던 축구왕…6번의 좌절 끝에 유럽챔프 우뚝

에데르 연장 결승골…포르투갈, 프랑스 꺾고 유로 첫 우승

전반 무릎 부상 눈물의 교체아웃
이 악문 동료들과 연장전 극장골
세계 축구팬들, 그의 눈물에 감동


연이어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첫 번째는 부상 탓에 갑자기 그라운드를 떠나야 하는 진한 아쉬움의 눈물이었고, 두 번째는 가슴 속 깊은 한(恨)을 풀어낸 감격의 눈물이었다. 불과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당대 최고의 축구선수로 불리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는 잇달아 눈물을 쏟았다. 클럽 소속으로는 항상 최고의 자리에 섰지만, 자국 국기를 가슴에 달고서는 매번 좌절을 맛봤다. 그러나 마침내 메이저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조국 포르투갈도 그토록 꿈꾸던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포르투갈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벌어진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 결승에서 연장 후반 4분 터진 안토니오 에데르(29·릴)의 결승골을 앞세워 개최국 프랑스를 1-0으로 꺾고 유럽 챔피언에 등극했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에데르였지만,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은 호날두에게 모아졌다. 그라운드에 있을 때나, 벤치에 있을 때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순간 동료들의 힘으로 우승의 기쁨을 누린 호날두는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펑펑 울었다.

쓰러진 호날두, 그러나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19세이던 12년 전 자국에서 열린 유로2004 결승에서 그리스에 가로막혀 좌절을 맛봤던 호날두는 이후로도 꾸준히 포르투갈을 대표해 뛰었지만 매번 고개를 숙였다. 유로2004 이후 5차례의 메이저대회(월드컵 3회·유로 2회)에 더 나섰지만, 최고 성적은 4강(2006독일월드컵·유로2012)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거치며 4차례 리그 챔피언과 3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3차례나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의 영광을 안았던 그에게 국가대표의 아쉬움은 언제나 어깨를 짓누르는 큰 짐과 같았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유로2016 결승을 앞둔 그의 각오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준결승까지 3골·3도움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의 결승 진출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다.

포르투갈 ‘황금세대’ 넘어선 ‘호날두의 우승’

그러나 호날두는 결승전 전반 초반 상대 선수와 부딪혀 왼쪽 무릎을 다친 뒤 극심한 통증을 이겨내지 못한 채 전반 25분 교체됐다. 나니(발렌시아)에게 주장 완장을 넘기며 그라운드를 떠났고, 오열하며 물러난 호날두를 위해 이번에는 동료들이 힘을 냈다. 팀의 핵심인 호날두가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포르투갈 선수들은 한발 더 뛰었고, 악으로 버텼다. 무릎에 붕대를 한 호날두는 마치 감독처럼 벤치 맨 앞에서 동료들을 독려했다. 결국 포르투갈은 연장 후반 4분 에데르의 결승골로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린 호날두는 우승 세리머니 때 시상대 한 가운데에 올라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포르투갈의 한을 풀다!

호날두는 불의의 부상으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는 동료들과 함께 했다. 페페(레알 마드리드)는 우승 직후 “우리는 호날두를 위해 땀과 피, 눈물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국기를 단 호날두의 우승은 개인의 한뿐 아니라 조국의 아쉬움까지 털어낸 경사였다. 포르투갈은 전설적 축구영웅 에우제비오, 루이스 피구가 이끈 ‘황금세대’ 시절에도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에우제비오가 나섰던 1966잉글랜드월드컵에선 3위에 그쳤고, 포르투갈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황금세대도 정상 언저리만 맴돌았을 뿐이다. 황금세대와 함께 나선 유로2004에서 메이저대회 데뷔무대를 경험했던 호날두는 짧은 시간 자신과 추억을 함께 한 걸출한 선배들의 아쉬움까지 털어내며 마침내 포르투갈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Clip 포르투갈 축구 황금세대는?

루이스 피구를 중심으로 루이 코스타, 주앙 핀투 등 19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들이 주축을 이뤘던 2000년대 초반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르는 말. 포르투갈은 황금세대가 나선 유로2000 준결승에선 프랑스에 석패했고, 2002한·일월드컵에선 한국과의 조별리그에서 패해 일찌감치 짐을 싸고 말았다. 자국에서 열린 유로2004 때 준우승, 2006독일월드컵 때 4강을 이뤘지만 정상 등극의 기쁨은 누리지 못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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