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혈통 중시하던 독일도 ‘다국적·다인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2일 05시 45분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24개국은 혈통과 출신에 상관없이 대표팀을 구성했다. 과거 할아버지의 나라 터키 대신 독일 국적을 택한 메수트 외질은 “왜 우리는 국가라는 국한된 범위에서 생각해야 하나. 난 단지 축구로 평가받고 싶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24개국은 혈통과 출신에 상관없이 대표팀을 구성했다. 과거 할아버지의 나라 터키 대신 독일 국적을 택한 메수트 외질은 “왜 우리는 국가라는 국한된 범위에서 생각해야 하나. 난 단지 축구로 평가받고 싶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터키 제안 거절한 외질 대표 사례
유로2016, 축구 매개로 화합 기대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가 11일(한국시간) 개최국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격돌로 막을 올리는 가운데, 24개 출전국의 막바지 준비도 한창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조국을 위해 출전하는 각국 대표선수들의 혈통과 출신이 어느덧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독일대표팀만 해도 다국적·다인종 팀이다.

독일에선 미로슬라프 클로제(38·전 라치오)가 대표적이다. 폴란드 오폴레 출신의 클로제는 폴란드대표로 활약할 수도 있었지만 독일을 택해 많은 업적을 남겼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5골을 터트리며 이름을 떨친 뒤 2006독일월드컵과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각각 5골과 4골을 뽑은 데 이어 2014브라질월드컵에선 2골을 보태 월드컵 개인통산 최다득점자로 우뚝 섰다. 총 71골로 독일대표팀에서도 최다득점자로 남아있다. 아쉽게도 브라질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해 이번 유로2016에선 볼 수 없다.

현역 선수 중에선 독일대표팀 중원의 핵 메수트 외질(28·아스널)을 빼놓을 수 없다. 독일 겔젠키르헨에서 태어나 분데스리가의 명문 구단 샬케04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릴 적부터 기량을 인정받아 할아버지의 나라 터키로부터 국가대표 제의를 수없이 받았지만, 독일 국적을 택한 탓에 터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외질은 “왜 우리는 국가라는 국한된 범위에서 생각해야 하나. 난 단지 축구로 평가받고 싶다. 축구는 세계적인 것이며, 가족의 혈통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는 소신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독일 우파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대표는 제롬 보아텡(28·바이에른 뮌헨)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사람들은 보아텡을 축구선수로선 좋아하지만, 이웃으로는 맞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해 비판을 자초했다. 보아텡은 베를린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가나 태생이며, 그의 형 케빈 프린스 보아텡(29·AC밀란)은 가나대표로 A매치를 뛰고 있다.

독일도 그렇지만, 이제 스포츠에선 출생지나 혈통이란 개념이 엷어지고 있다. 이번 유로2016도 축구를 떠나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록 입고 있는 유니폼은 다를지라도, 또 그 유니폼 속에도 서로 다른 피부색과 종교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그라운드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그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무조건적인 승리가 아니라, 축구를 매개체로 한 화합이다. 국가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 유로2016을 통해 다층적 갈등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쾰른(독일) | 윤영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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