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3년만의 환호… 함께 웃지못한 판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역대 최다 타이 12번째 FA컵 포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주요 대회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루이스 판할 감독(사진)이 맨유 사령탑 자리를 계속 지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영국 현지에서는 맨유가 조제 모리뉴 전 첼시 감독을 판할의 후임으로 임명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맨유는 2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에 터진 제시 린가드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맨유는 2003∼2004시즌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12번째 FA컵을 품에 안았다. FA컵 12회 우승은 아스널과 함께 역대 최다 타이다.

이날 승리로 맨유는 퍼거슨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2013년 5월 이후 3년 만에 사실상 첫 우승을 맛봤다. 맨유는 퍼거슨의 후임인 데이비드 모이스 감독이 사령탑이던 2013년 8월 커뮤니티실드에서 트로피를 차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실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팀과 FA컵 우승 팀이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이벤트 성격이 짙은 경기로 신인급이나 재활 중인 선수의 경기력 점검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날 판할 감독이 우승 소감으로 “퍼거슨 이후 우승을 차지한 (맨유의) 첫 감독이 돼 자랑스럽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맨유의 공격수 웨인 루니도 “지난 3년간 우승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 승리가 구단과 선수에게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FA컵 우승에도 판할 감독이 지휘봉을 계속 붙들고 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2일 “맨유가 모리뉴 전 첼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맨유는 이미 FA컵 결승전이 열리기 전에 모리뉴와 계약에 관한 기본적인 합의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판할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맨유는 다음 주쯤 모리뉴 선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맨유는 이번 시즌 EPL에서 5위를 해 4위까지 주어지는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시즌 도중인 지난해 12월 성적 부진으로 첼시(잉글랜드) 사령탑에서 물러난 모리뉴는 FC포르투(포르투갈), 인터 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감독을 역임했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차례 우승을 지휘했다.

판할 감독은 FA 결승전 후 우승 트로피를 들고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모리뉴 감독 선임 예정 기사를 봤느냐”는 질문을 받자 “여기 (내 앞에) 우승컵이 있다. 이미 6개월 전부터 나를 경질했던 언론과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2014년 5월 맨유 사령탑을 맡은 판할 감독은 계약기간 3년 중 1년이 남아 있다. 하지만 판할 감독은 팀이 묵고 있는 런던의 한 호텔에 도착한 뒤 만난 영국 스카이스포츠 기자가 “행운을 빈다”고 하자 “아니다. 이제는 끝났다”고 말해 자신에 대한 경질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루이스 판할 감독#웨인 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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