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석 매진…뜨거웠던 첫 수원더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16일 05시 45분


첫 수원더비, 승자는 형님 수원삼성이었다. 수원FC와 수원삼성이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K리그 첫 ‘연고지 더비’를 가졌다. 수원삼성이 2-1로 이겼다. 스포츠동아DB
첫 수원더비, 승자는 형님 수원삼성이었다. 수원FC와 수원삼성이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K리그 첫 ‘연고지 더비’를 가졌다. 수원삼성이 2-1로 이겼다. 스포츠동아DB
수원삼성, 수원FC 꺾고 먼저 1승
서정원 감독 “반전의 계기 열었다”

K리그에 또 다른 스토리가 시작됐다.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수원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0라운드는 한국 프로축구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추가했다. ‘처음’과 ‘최초’란 수식이 가득했던 승부에서 수원삼성은 2-1로 승리해 승점 3을 가져갔다. 골이 터질 때마다 수원시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봉수대에선 파랗고(수원삼성) 빨간(수원FC) 연기가 피어올랐고, 3차례 타오른 불꽃은 원정팀의 승리를 알렸다.

전투의 서막

염태영 수원시장은 “승점 2를 나누지 말고 한쪽이 3점을 챙기길 바란다”는 말로 시원한 승부를 기대했다. 수원시청∼수원종합운동장∼수원월드컵경기장(수원삼성 홈)을 잇는 도로에 두 구단 깃발 600개가 내걸려 K리그 최초의 ‘연고지 더비’ 탄생을 축하했다.

장외는 ‘옛집’을 찾은 푸른 물결이 지배했다. 수원삼성은 창단 후 한동안 수원종합운동장을 사용하다 2001년 빅버드로 둥지를 옮겼다. 충성도 높은 수원삼성 팬들은 결전 당일, 월드컵경기장에서 종합운동장까지 도보 행진해 ‘축구수도’의 원조임을 과시했다. 원정티켓 2200장은 일찍 매진됐다. 킥오프 2시간 전, 티켓박스에선 “원정석이 동났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거 종합운동장에서 숱한 골 세리머니를 즐겼던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은 “원정 기분이 들지 않는다. (시설도) 그대로다. (라커룸 복도에서) 준비운동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풍성한 전투

경기일자와 양 팀 로고를 새겨 특별 제작된 ‘매치 볼’로 진행한 혈투는 현실이었다. 수원삼성은 내용과 결과가 전부 필요했다. “부담은 상대가 클 것”이라는 수원FC 조덕제 감독의 말대로 형님의 위상을 지켜야 했다. 주전수비 4명이 징계 이탈로 정상 전력을 꾸릴 수 없었음에도 다수가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원정팀의 승리를 예상했다.

변수로 시작해 실수로 끝났다. 홈 팀은 23세 이하 선수를 넣지 않아 교체카드 1장을 포기했고, 원정 팀은 중앙수비수 곽광선과 미드필더 조원희를 좌우 풀백에 세운 변칙 전략으로 나섰다. 수원삼성은 전반 26분 김건희의 크로스를 산토스가 골로 연결하며 먼저 웃었다. 후반 26분에는 수원삼성의 부정확한 볼 처리를 차단한 수원FC 김병오가 멍군을 불렀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었다. 쥐가 난 선수가 나오고 교체가 이뤄지며 수원FC가 어수선해진 후반 38분, 수원삼성 염기훈이 문전 오른쪽 외곽에서 길게 찬 프리킥이 상대 수비수 김종국의 머리를 스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염기훈의 시즌 3호골로 처리됐으나 자책골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 전투, 내일을 그리다!

7경기 만에 2승(6무2패·승점 12)을 신고한 수원삼성은 모처럼 팬들과 만세삼창을 나눴다. 서 감독은 “진다는 생각은 없었다. 끝까지 집중했다. 반전의 계기를 열었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1승5무4패(승점 8)로 추락을 막지 못한 수원FC 조 감독은 “전반 경기력이 너무 안 좋았다. 후반을 앞두고 ‘더비에 먹칠하지 말자’고 꾸짖었는데, 부담이 컸던 것 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축구를 한 건 위안”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600개 깃발이 내걸린 ‘깃발의 거리’는 장소를 옮겨 ‘승자의 거리’로 바뀐다. 수원시청사거리에서 경기도문화의전당까지 1km 구간이 수원삼성 깃발로 꾸며진다. 양 팀의 2차 전투는 7월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예정. 서 감독은 “치열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부푼 기대감을 전했다. 김병오도 “원정석이 꽉 찬 모습은 처음 봤다. 첫 단추는 잘 꿰지 못했으나 앞으론 처음이 아니다. 더 나아진 팀으로 2차 더비에 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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