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전북을 구한 남자 임종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6일 05시 45분


전북 임종은(오른쪽 앞)이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장쑤(중국)와의 2016 AFC 챔피언스리그 E조 6차전 후반 23분 2-2 동점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한동안 부진에 빠졌던 그는 팀을 이 대회 16강으로 이끄는 귀중한 동점골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임종은(오른쪽 앞)이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장쑤(중국)와의 2016 AFC 챔피언스리그 E조 6차전 후반 23분 2-2 동점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한동안 부진에 빠졌던 그는 팀을 이 대회 16강으로 이끄는 귀중한 동점골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장쑤전 동점골…전북 ACL 16강행
“전북에서 수비, 힘들지만 많은 경험
볼을 무의미하게 버리고 싶지 않다”

갓 입단했을 때만 해도 기대에 부풀었다. 멋지게 성공하리라는 자신감, 한 걸음 더 전진하리라는 믿음으로 가득했다. 단꿈은 짧았다. 울산현대, 성남일화(현 성남FC),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지난 겨울이적시장에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에 입단한 중앙수비수 임종은(26)의 2016시즌 초반은 아쉬움이었다. 김기희(27)가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떠나 선배 김형일(32)과 함께 주전을 꿰찼지만 2% 부족했다.

답답함이 계속되던 중 반전의 장이 열렸다.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장쑤 쑤닝(중국)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E조 6차전. 비겨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전북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쓸 뻔했다. 1-0으로 앞서다 1-2로 뒤집어졌다. 같은 시각 FC도쿄(일본)가 빈즈엉FC(베트남)와의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앞선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대로라면 전북의 탈락. 무조건 골이 필요했다.

위기의 순간, 해결사는 임종은이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그와 함께 공격에 가담했던 중앙수비 파트너 최규백(22)이 뒷머리로 흘려주자,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그 순간 그의 표정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전북은 임종은의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거두고 조 1위로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랐다.

-정말 귀한 득점이었다.

“승리를 예상했던 경기를 놓쳤지만, 조 1위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동안 많이 부진했다. 볼을 찰 때 득점을 직감했다. 공격 포인트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오랜만에 터진 골이 팀에 큰 보탬이 돼 의미가 훨씬 크다. 오늘 골이 앞으로 여정에 큰 힘이 될 것이다.”

2009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임종은은 K리그 통산 155경기에 출전해 5골·1도움을 올렸다. 가장 최근의 득점은 전남에서 뛴 지난해 6월 FC서울을 상대로 기록했다.

-장쑤 공격라인이 화려했다.

“(하미레스, 조, 테세이라 등의 몸값만 1000억원대) 좋은 공격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수비수로서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큰 무대, 큰 선수에 대한 면역도 생기고 확실히 값진 경험이다.”

-전북에 적응은 됐나.

“익숙한 환경을 떠나 혼란은 조금 있었지만, 처음부터 마음은 편했다. 생활과 분위기 등 여러 면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강해졌다.”

-지난날의 임종은은 어땠는지.

“평범한 수비수? 큰 부상도 있었다. 프로 초년병 때 무릎을 다쳐 1년 반을 푹 쉬었으니까. 지금은 목표를 뚜렷하게 가지려 한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고, 1개라도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가.

“빌드-업에 약하다. 투쟁심도 키워야 한다. (최강희) 감독님도 이를 강조하셨다. 절대 공감한다. 늘 들어온 이야기다. 껍질을 깨려면 해내야 한다. 예전에는 기술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전북에선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다.”

-챔피언스리그를 향한 열망도 클 텐데.

“2012년 성남 시절의 경험이 전부다. 올해가 4년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이다. 환경과 계절, 분위기 등 K리그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낀다. 상대 선수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내 자신에게 미션을 주고 있다. ‘패스미스 최소화’, ‘원활한 볼 전개’, ‘가로채기 늘리기’ 등등. 어렵지만 나도, 팀도 꼭 해낼 것이다.”

-수비수 입장에서 전북은 어떤가.

“과거 전북을 만나면 나와 상대(전북) 공격수, 1대1로 해결될 수 없었다. 팀 전체가 상대해야 했다. 그만큼 약점도 뚜렷했다. 전북의 수비 비중이 덜하다보니 역습에 많이 흔들린다. 심지어 연습경기에서조차 팀 전체가 전진하는 장면이 많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추구해온 전북은 실점이 많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을 합쳐 14경기를 치르는 동안 실점 없이 90분을 보낸 것은 4차례뿐이다. 26골을 넣고 17골을 내줬다. 공수 불균형 해소는 전북의 선결 과제다.

-약점을 안다는 것도 힘이 아닌가.

“전북에 올 때 축하도 많았지만, 대부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전북에서 수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라인이 올라가다보니 커버할 공간도 많다. 일부러 전진해서 끊으려고 한다. 볼 처리를 미루다보면 더 힘들어진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한다는데.

“볼을 무의미하게 버리고 싶지 않다. 한 번이라도 더 좋은 장면을 만들고 싶다. 특정팀을 지정하지 않고 다양한 경기의 풀 영상을 본다. 내가 어디에 위치해야 할지, 볼이 이동할 때 어떻게 맞춰야 할지 생각하며 이것저것 구상해본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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