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칭머신과 싸운 김현수 ‘반전의 3안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일 05시 45분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화이트삭스 첫 2루타 포함 멀티히트
“피칭머신, ML 강속구 적응에 도움”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볼티모어 김현수(28)는 이 말을 누구보다 믿는다. 그는 육성선수(당시 신고선수) 신분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해 국가대표 외야수가 되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혹독한 훈련에 손이 다 까져도 아픔을 참고 방망이를 다시 잡았고, 넘어지고 부딪혀도 툭툭 털고 일어나 뛰었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티내지 않던 악바리

김광림 현 NC 2군 타격코치는 두산 시절 육성선수로 들어온 김현수를 이렇게 회상했다.

“입단 첫해 스프링캠프를 데리고 갔는데 매일 1000개씩 티배팅을 하게 했어요. 공을 1000개 정도 치면 손바닥이 다 벗겨져요. 아마 아파서 세수도 못할 정도였을 거예요. 그런데 (김)현수는 아프다는 말 한 마디,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안 하더라고요. 훈련에 지쳐서 녹초가 된 날이 있어서 속으로 ‘내일은 못 나오겠다’ 싶었는데 다음날 또 나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이 놈은 뭐가 되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김 코치의 말처럼 김현수는 독종이었다. 무언가 이루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끝까지 해내고 말았다. 주전 좌익수가 되고, 국가대표 외야수가 된 뒤에도 담금질은 멈출 줄 몰랐다. 일례로 지난해 ‘WBSC 프리미어12’에서 자율훈련이 주어진 날, 빡빡한 일정에 지칠 법도 한데 그는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쉬면 뭐 하느냐”며 동료들과 방망이를 휘둘렀다.

● ML에서도 피칭머신과 싸운 독종


‘악바리’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여전했다. 그는 시즌을 시작하기 전 전력 외로 분류됐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며 25인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늘 벤치 신세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김현수는 가뭄에 콩 나듯 오는 기회에도 경기에 나가기만 하면 안타를 때려냈다. 1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도 9번 좌익수로 출전해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24일 캔자스시티전 이후 일주일 만에 선발 출전했지만 타격감은 여전했다.

이유가 있다. 김현수는 벤치에 앉아있었지만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눈으로 익혔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망이를 쉼 없이 휘둘렀다.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에서처럼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지역 언론인 볼티모어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매일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라고 귀띔했다. 스캇 쿨바 타격코치도 “김현수는 쉬는 날도 없이 매일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강속구를 쳤다”며 “연습이 그가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스스로 700만 달러 투자 가치가 있는 선수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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