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벨이라는 애칭이 붙어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12번홀. 아멘코너의 두 번째인 이 홀은 총 길이가 155야드 밖에 되지 않는 평범한 홀이다. 지난해까지 기록된 평균 타수는 3.28타. 10번(4.31타)과 11번홀(4.29타)에 이어 난도가 세 번째다. 마스터스의 새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스피스가 악몽의 늪에 빠진 것도 바로 이 세 홀 때문이었다. 특히 12번홀은 스피스의 골프역사에서도 영원히 아픔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스에서만 6승을 거둔 잭 니클로스는 12번홀의 공략법으로 한 가지를 강조했다. 그것은 바로 그린 앞의 벙커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진 그린의 앞과 뒤쪽에는 악마가 입을 벌리듯 벙커가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위장이다. 사실은 그보다 더 두려운 존재가 숨어 있다. 그린 앞을 유유히 흐르는 개울이다. 선수들은 워터해저드보다 벙커를 먼저 걱정한다. 공을 벙커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클럽을 빼든다. 바람도 선수들의 판단력을 흐트러트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마저 혼돈에 빠트려 실수를 하게 만든다. 니클로스는 “바람은 가장 큰 변수다. 굉장히 심하게 불어 어떤 클럽을 잡아야 할지 혼돈하기 쉽다. 바람에 따라 같은 샷을 하더라도 그린에 떨어질 수도, 그린을 넘어갈 수도 있다. 행운이 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니클로스는 “벙커를 탈출구로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이날 핀은 그린 오른쪽 끝에서 4야드 떨어진 지점에 위치했다. 공략하기 까다로운 위치였지만, 벙커를 넘겨 그린 중앙을 공략하면 큰 실수를 피할 수 있었다.
스피스의 실수는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그러나 이 많은 상황을 계산해야 하는 복잡한 공략이 실수의 원인이 됐다. 한번의 실수로 판단력이 흐트러진 스피스는 연속해서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이 홀에서만 4타를 잃고 나서야 그린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