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언더파… ‘필드의 지배자’ 스피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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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새해 첫 대회 ‘현대 토너먼트’ 우승

타이거 우즈(41)는 전성기 시절 ‘역전 불허’로 유명했다. 붉은 셔츠를 입고 나서는 마지막 날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승을 다투던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해 무너뜨린다는 평가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즈는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나 단독 선두로 출발한 56개 대회에서 52차례나 우승했다.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미국)는 지난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5차례 정상에 오르며 우즈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지만 뒷심 부족이 아쉬웠다. 지난해까지 4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8개 대회에서 그의 승률은 5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스피스는 새해 들어 첫 대회에서 무결점 플레이에 강력한 카리스마까지 갖춘 필드의 지배자로 거듭났다. 2016년 벽두부터 스피스의 천하가 예상되는 이유다.

스피스는 11일 미국 하와이 주 마우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코스(파73)에서 열린 미국프로
미국프로골프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앞두고 하와이 바닷가에서 자폐아인 여동생 엘리(왼쪽)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조던 스피스. 스피스 인스터그램
미국프로골프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앞두고 하와이 바닷가에서 자폐아인 여동생 엘리(왼쪽)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조던 스피스. 스피스 인스터그램
골프(PGA)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7타를 쳤다. 전날 5타 차 선두였던 스피스는 최종 합계 30언더파를 기록해 2위 패트릭 리드(미국)에 8타 차 완승을 거뒀다. 역대 PGA투어 4라운드 대회에서 30언더파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2003년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어니 엘스(31언더파)와 스피스뿐이다. 우즈도 두 차례 적어낸 25언더파가 최고다. 스피스는 우즈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만 23세 이전에 통산 7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선수도 됐다.

이번 우승으로 스피스는 차세대 골프 황제 자리를 향한 경합에서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제이슨 데이(호주)를 크게 앞서게 됐다. 미국의 백인 중산층 출신인 스피스는 PGA투어에서 매킬로이, 데이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자폐아인 여동생 엘리(16)에 대한 애틋한 사랑까지 널리 알려지면서 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하와이 바닷가에서 엘리와 물놀이를 즐긴 스피스는 우승이 확정된 뒤 자신을 기다리던 여동생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스피스의 독주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회 종료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은 올해 마스터스의 우승 확률을 재조정했다. 스피스는 6 대 1에서 5 대 1로 올라간 반면 이 대회를 공동 10위로 마친 데이는 7 대 1에서 8 대 1로 내려갔다. 이 대회에 불참한 매킬로이는 6 대 1.

미국 NBC의 해설가 피터 제이컵슨은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 우즈 같은 위대한 골프 선수는 자신만의 분위기와 무대를 만들 줄 안다. 이제 미소와 열정을 가진 스피스가 그런 반열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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