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리포트] 김현수 “함께 잘 해보자” …동료에게 언더셔츠 선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5시 45분


두산 김현수.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현수. 스포츠동아DB
두산 마무리투수 이현승(32)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유니폼 안에 언더셔츠 2장을 겹쳐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한 장은 반소매, 또 다른 한 장은 팔꿈치 중간까지 내려오는 7부 소매였다. 낮 경기였지만 비가 오락가락해 날씨가 꽤 쌀쌀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포수 양의지는 마운드에 올라와 “형, 이제 늙은 것 아니냐”고 짐짓 놀렸다. 양의지는 “다들 ‘파이팅 넘치게’ 반팔 입고 던지는데 혼자 2장을 입은 모습을 보고 농담 한 번 해봤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이현승은 이제 언더셔츠를 무겁게 겹쳐 입을 필요가 없다. 이현승은 “두꺼운 긴 팔 언더셔츠 한 벌을 선물 받았다. 이제 그걸 입고 나가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 티셔츠를 선물한 주인공이 바로 4번타자 김현수(27·사진)다.

이현승만 받은 게 아니다. 두산 선수 모두가 선물을 받았다. 김현수는 휴식일이던 12일 자비를 들여 U사의 선수용 언더셔츠 25장을 구입했다. 이현승의 사례를 듣기도 했고, 무엇보다 팀 동료들에게 어떻게든 ‘함께 잘 해보자’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13일 준PO 3차전에 앞서 “별 것 아니다. 그냥 잘 해보자는 뜻으로 사서 돌렸다”고 밝혔다.

두산의 준PO 엔트리에는 선수 28명이 포함돼 있다. 투수 11명, 포수 2명, 내야수 9명, 외야수 6명이다. 왜 3장이 빠진 25장일까. 이유가 있다. 김현수는 “원래 용병 선수들 것도 다 사주려고 했는데, 그 세 명은 날이 추워도 반팔 언더셔츠만 입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용병들을 제외하고 국내선수들에게만 줬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김현수에게는 이번 가을이 간절하다. 스스로도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2차전 5회초 2사 만루서 오재원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3루서 홈으로 쇄도하다 넥센 포수 박동원과 정면충돌했다. 아웃이 될 위기였지만, 김현수의 과감한 돌진 덕분에 두산은 무사히 점수를 뽑았다. 그러나 김현수는 결국 왼쪽 발목과 무릎에 통증을 느껴 7회초 수비 때 교체돼야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해 3차전에 4번타자로 정상 출전했지만, 두산으로선 가장 중요한 타자의 부상 위기에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김현수는 3차전 대비 훈련을 모두 마친 뒤 “부상 부위는 괜찮다”고 말했다. 오히려 “괜찮느냐는 질문은 이제 지겹다. 그만 물어보라”며 핀잔을 줬다. 그러나 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다시 표정이 진지해졌다. 자신의 몸보다 팀의 1점과 1승, 그리고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는 4번타자의 진짜 속내. 두산이 포스트시즌에서 더 강해지는 비결이다.

목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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