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15~2016시즌 개막 특집] 1점도 허투루 내주지 않는다…우리카드의 독한 배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24일 05시 45분


2015 청주 KOVO컵 결승에서 OK저축은행을 누르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우리카드 선수들이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열린 ‘소통과 단합 워크숍’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구단의 탄탄한 지원과 관심 속에 ‘5점의 기적’을 경험했던 우리카드 선수들은 김상우 감독과 함께 또 다른 기적을 만들기 위해 ‘독한 배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카드 배구단
2015 청주 KOVO컵 결승에서 OK저축은행을 누르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우리카드 선수들이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열린 ‘소통과 단합 워크숍’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구단의 탄탄한 지원과 관심 속에 ‘5점의 기적’을 경험했던 우리카드 선수들은 김상우 감독과 함께 또 다른 기적을 만들기 위해 ‘독한 배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카드 배구단
6. 우리카드, 기적을 꿈꾸다

“이번엔 진짜” 탄탄한 구단 지원 속 구슬땀
훈련장·숙소 마련…연고지도 서울로 옮겨
2015 KOVO컵 사상 첫 우승 ‘감격의 눈물’

센터 박진우 성장·레프트 최홍석 부활 기대
김정환 입대·송병일 은퇴 백업 부족 숙제도
세터 김광국·외국인선수 군다스 활약 관건


창단 이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숙소와 연고지도 그 때 그 때 달라졌다. 2009년 7월 15일 창단돼 장충체육관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대학 유망주들을 끌어 모은 팀이었지만, 미래에 대한 부푼 희망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선수들이 감독을 보이콧하는 사고까지 터지는 등 정상적인 팀이 아니었다.

KOVO(한국배구연맹) 관리구단을 거쳤고, 한때는 충남 아산에서 네이밍스폰서 러시앤캐시가 임시 주인을 맡아 운영됐다. 러시앤캐시와 인수경쟁을 펼쳤던 우리카드는 기대와 달리 2번이나 배구단을 버리려고 했다. 선수들은 입양과 파양을 경험한 아이들처럼 큰 상처를 받았다. 우리카드는 2015년 4월 6일을 끝으로 배구단과 이별하려고 했으나, 기막힌 반전이 뒤따랐다. 주위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배구단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에는 진짜”라며 닫아뒀던 지갑도 열었다.

그동안 방치됐던 선수들은 마음 놓고 배구를 열심히 하게 해준 구단에 보답했다. 2015 청주 KOVO컵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상우 감독을 헹가래치며 선수들은 울었다. 드림식스 또는 한새의 선수로 힘들게 살아왔던 6년여 동안 느낀 설움과 다른 팀 선수들을 보면서 느꼈던 부러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좌절 속에서 처음 맛본 우승의 감격이 뒤범벅된 눈물이었다.

1점의 소중함을 깨달은 선수들

7월 KOVO컵 때 우리카드는 조별리그에서 1승2패에 머물렀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졌지만 최종전에서 한국전력을 3-1로 꺾고 기사회생했다. 공교롭게도 삼성화재를 제외한 3개 팀이 1승2패였다. 준결승 티켓을 놓고 대회요강에 따라 먼저 세트 득실률을 따졌다. 한국전력은 탈락.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가 세트 득실률 0.714로 동률이었다. 다음 기준은 점수 득실률. 우리카드는 272득점-280실점, 현대캐피탈은 269득점-282실점을 기록했다. 점수 득실률에서 우리카드는 0.971, 현대캐피탈은 0.954였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그날 누구보다 더 1점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우리카드의 시즌 캐치프레이즈는 ‘독한 배구’다. 1점의 소중함을 담은 독한 배구를 위해 KOVO컵 이후 많은 땀을 흘렸다. 주장 김광국은 김상우 감독과의 첫 면담에서 “우리는 플레이오프에도 못 가본 팀”이라고 말했다. 운동선수로서 가졌던 오기와 좌절, 부러움이 섞인 이 말 속에 우리카드의 미래가 있다. 부러움은 간절함을 낳고, 그 절실한 마음은 팀과 선수 자신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선수들을 변화시킨 달라진 환경과 관심

그동안 다른 팀에 비해 훈련환경도, 시설도 아쉬웠다. 숙소의 방이 부족해 거실에서 선수가 자던 때도 있었다. 훈련장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새벽·야간훈련은 꿈도 꾸지 못했다. 구단 운영비가 모자라 주전 센터를 몰래 팔기도 했다. 숙소 유지비가 부담스러워 선수들을 모두 숙소에서 내보낼 생각까지 했던 때도 있었다.

모두 어두웠던 과거의 일이다. 우리카드는 김상우 감독 부임 이후 많은 투자를 했다. 2015∼2016시즌부터 연고지도 서울로 옮겼다. 훈련장도, 숙소도 새로 구했다. 인천 송림체육관을 빌렸다. 한 달 사용료로만 3000만원을 지불한다. 남부럽지 않은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도 갖췄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체력전담 트레이너도 고용했다. 송림체육관의 훈련시설을 본 어느 배구인은 “역대로 이런 적은 없었다”며 놀라워했다.

김 감독은 “그런 면에서 난 복 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숙소환경도 좋아졌다. 훈련장과 자동차로 20분 거리여서 오가는 것이 불편할 뿐, 55평형 아파트 6채를 얻어 선수 모두에게 방 한 칸씩을 줬다. 마음 놓고 편히 쉬고 훈련에 정성을 다하도록 지원했다. 그런 투자의 결과가 창단 이후 최초의 KOVO컵 우승이라는 결실로 나타났다.

물론 그것이 끝은 아니다. 김 감독은 “구단에서 풍족하게 지원해주면서 선수들의 표정에 자신감이 생겼다. 결과를 떠나 준비과정 자체의 분위기가 좋다. 선수들에게는 재창단하는 느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해외전지훈련(9월 14∼20일·일본 히로시마)도 다녀왔다. 프런트는 감독에게 모든 결정을 맡겼다. 김 감독은 “구단에서 모든 것을 믿어준다. 현장 중심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더라도 책임은 똑같이 감독이 진다.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해야 나중에 미련도 없다. 현실을 후회 없이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기적은 만들었지만…

KOVO컵 이후 김상우 감독은 회사가 주관하는 사인회에 참가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좋은 기를 받아서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는데, 겨울에도 우승한다고는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현실을 냉정하게 봤다. 지난 시즌 팀은 3승33패를 기록했다. 팀 구성원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승수는 많지 않다. 김 감독은 “배구는 디테일한 스킬이 중요한데, 그 것이 기대처럼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크로스 공격을 잘하는 선수가 직선 공격까지 잘하면 한 단계 기량이 느는 것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틀을 깨고 발전하면 팀 전체로도 좋아지지만, 그 발전속도는 빠르지 않고 선수의 그릇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즌 전략과 팀 전술 변화

전체적으로 우리카드는 다른 팀에 비해 높이가 낮다. 군에서 복귀한 센터 박상하는 정상이 아니다. 재활을 거쳐 이제야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국가대표팀에서 경기만 했기에 시즌에 대비한 몸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김시훈도 4월 수술 이후 재활에 매달려왔다. 9월초까지만 해도 박진우 혼자 센터를 지켰다. 선수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연습경기조차 버거운 때도 많았다. 박진우는 지난 시즌 블로킹 1위를 차지했지만, 가다듬어야 할 것이 많다. 센터 출신답게 김상우 감독은 부분전술 훈련 때 센터의 기량 강화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우리카드의 선수구성상 최대 약점은 백업의 부족이다. 군에 입대한 김정환의 공백이 크다. 송병일의 갑작스런 은퇴로 세터에 공백이 생기자 은퇴했던 이승현을 영입했다. 삼성화재에서 은퇴한 박윤성은 열정을 높이 사 영입했다. KOVO컵에서 선전한 엄경섭, 이동석, 용동국에게 기대는 하지만 시즌 전체를 믿고 맡기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레프트 최홍석은 무릎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다행히 신인드래프트 1순위 선발권을 갖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대학 최고의 레프트 나경복(인하대)을 지명할 경우 날개공격수 운용에 조금은 여유가 생길 듯하다. 김 감독은 “이 정도로는 됐다는 느낌이 지금 상태로는 없다. 냉정하게 보고 시즌을 운용할 생각이다. 우선 1라운드를 마친 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 우리가 가진 자원을 모두 투입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지난 시즌 3승에 그쳤던 팀에서 라운드당 몇 승을 목표로 내거는 것조차 사치스럽다”고 밝혔다. 만일 우리카드가 두 자리 승수만 올려준다면 역대 최고의 박빙 시즌이 될 수도 있다.


● 키플레이어

팀 성적은 외국인선수 군다스 셀리탄스가 얼마만큼의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 라트비아국가대표 출신으로 김상우 감독이 직접 보고 선택했다. 감독 선임이 늦어 원하는 선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50% 확률에 도박을 걸었다.

군다스는 어깨 수술 후 재활하며 한 시즌을 쉬었다. 몇 시즌 전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에서 탐을 냈던 선수다. 터키리그 때 팀 공격을 혼자 떠맡기도 했다. 김 감독은 “순발력이 있다. 스피드와 파워, 공을 처리하는 스킬이 있다. 스텝이 반대로 움직여 상대 블로커가 마크하기 힘든 장점이 있다. 좋은 선수가 다 빠져나가 선택의 카드가 많지 않았다. 공백기가 있고 몸도 좋지 않지만, 잘하는 선수가 와도 다쳐서 그냥 돌아갈 수도 있다.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8월 1일 입국한 군다스는 4차례 정밀검진을 받았다. 어깨와 심장 등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깨는 완전하지 않지만, 본인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공을 때리느냐가 중요하다. 일본전훈 때부터 경기에 조금씩 투입되고 있다. 여담이지만 군다스의 아내는 한국의 남북대치 상황을 두려워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다. 김 감독은 즉시 군다스를 불러 “전쟁이 나면 너와 가족을 가장 먼저 외국으로 보내준다”며 안심시켰다.

세터 김광국과 최홍석, 신으뜸이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김 감독은 “요즘 배구는 스피드, 스마트 배구다. 세터의 역량이 그것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김광국에 맞춰가면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최홍석은 최근 몇 년간 부진했다. 김요한, 문성민, 김학민, 신영수에 떨어지지 않는 기량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신으뜸이 군에 입대한 김정환의 역할만큼 리시브에서 버텨줘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스포츠동아DB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스포츠동아DB

“에이스라도 열심히 안 하면 필요 없다”

■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출사표

선수들의 순수한 생각이 좋다.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LIG 시절 실패를 통해 감독으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결과적으로 낙마해 정답은 못 얻었지만, 많은 경험을 얻었다. 선수 자원이 없는 가운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구단과의 관계 등도 배웠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가는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안다. 배구는 코트에 있는 6명의 마음을 맞추는 경기다. 팀의 색깔은 세터의 색깔이다. 공격수와 세터의 마음이 맞아야 하고, 눈빛만 보고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성공한다. 감독은 훈련과 기량 사이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인간성이 나쁘더라도 경기를 잘해주면 좋다고 하지만, 훈련만 잘한다고, 기량만 좋다고 기용할 수도 없다. 훈련 과정에서의 참여 정도, 태도도 무시해선 안 된다. 훈련 과정에서 불성실한 선수는 즉시 지적한다. 에이스가 훈련 때 대충해서 혼냈는데, 열심히 안 한다면 필요없다. 그 선수가 있어도 없어도 우리는 꼴찌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팀 문화를 만들고 싶다.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 그 과정을 보고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 빠른 배구를 원하지만, 우리 구성원에 비례하는 플레이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에게 최적의 조합을 먼저 생각해서 너무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 않은 적절한 배구를 생각하고 있다.

인천 |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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