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즌 ‘찰떡 사제‘… 모비스 왕조 세운 쌍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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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챔프 일군 유재학 감독-양동근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른쪽)과 양동근이 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이겨 통산 6회 및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뒤 기념 티셔츠를 입은 채 포즈를 취했다. 유 감독은 “양동근은 내게 많은 우승을 안겨줬고, 지도자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른쪽)과 양동근이 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이겨 통산 6회 및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뒤 기념 티셔츠를 입은 채 포즈를 취했다. 유 감독은 “양동근은 내게 많은 우승을 안겨줬고, 지도자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양동근(34)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판단했어요. 대학까지 포인트가드가 아니라 슈팅가드로 뛰었기 때문이죠. 당시 모비스에는 포인트가드가 없었어요.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양동근을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죠. 동근이가 잘 따라와 줘 고맙죠.”(유재학 감독)

프로농구 첫 시즌인 1997년(당시는 기아) 우승 뒤 침체기를 겪던 모비스가 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2004년이었다. 2003∼2004시즌 꼴찌의 수모를 당했던 모비스는 그해 1월 드래프트에서 한양대 4학년인 양동근을 지목했다. 그리고 4개월 뒤. 전자랜드의 사령탑이었던 유재학 감독(52)을 영입했다.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은 그렇게 만났다. 그리고 11시즌을 오롯이 함께하며 ‘모비스 왕조’를 건설했다. 개인적으로도 최고가 됐다. 유 감독은 자신이 갖고 있던 최다 우승 기록을 5회로 늘렸고, 최초로 500승을 달성했다. 양동근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며 동부 김주성(2회)을 제치고 이 부문 역대 최다(3회) 수상자가 됐다.

“(양)동근이는 제가 추구하고 있는 농구 철학에 가장 잘 맞는 선수예요. 화려한 패스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먼저 생각하고, 공격보다 수비를 중시합니다. 농구 스타일도, 성격과 습관도 저와 잘 맞아요. 지도자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수죠.”(유 감독)

“감독님이 부임하셨을 때 당시 단장님이 그러셨어요. 저와 ‘입단 동기’라고…(웃음). 저로서는 최고의 행운을 만난 거죠. 감독님은 제게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가장 닮고 싶고, 무엇이든 배우고 싶은 분이죠.”(양동근)

유 감독과 양동근은 4일 우승한 뒤 다음 날 새벽까지 축하 모임을 이어갔다. 지난해 5월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팀 소집 이후 11개월 동안 쉴 틈이 없었지만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우승해서 그런지 피곤한 줄 모르겠다”며 웃었다.

선수들에게 엄하기로 유명한 유 감독에게 양동근을 호되게 혼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별로 없다”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변명을 하거나 딴짓을 하는 선수들은 제가 많이 혼내죠. 하지만 동근이는 혼낸 적이 없어요. 사소한 지시도 철저히 따르니까요. 언젠가 동근이 숙소에 들어갔다 정말 놀랐습니다. 벽이 메모장 천지였거든요. 지적하고 지시한 내용을 일일이 적어 붙여 놨더라고요. 가슴이 뭉클했어요.”

양동근에게 물었다. 감독님이 야속했던 적은 없느냐고. 이번에도 같은 대답이 나왔다.

“감독님은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지시는 안 해요. 왜 그래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시죠. 지금도 ‘아, 이런 의미였구나’라는 생각으로 깜짝 놀라곤 해요. 배우기도 바쁜데 야속하다고 생각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양동근은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경기당 36분 27초를 뛰며 평균 20점을 올렸다. 두 팀 통틀어 가장 많이 뛰었고, 가장 득점이 많았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LG와 혈투를 벌인 탓에 어린 선수들도 체력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체력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지친 기색 없이 코트를 휘저었다. 그는 다음 시즌이 끝나면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어 다른 팀에서도 욕심낼 만하다. 유 감독은 2020년까지 재계약을 했다. 혹시 양동근과 적으로 만날 일은 없을까.

“에이, 저처럼 나이 많은 선수를 누가 데려가요. 설령 몸값을 더 준다고 해도 모비스를 떠날 일은 없을 겁니다. 당장 제 아내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할걸요?”(양동근)

“동근이가 FA로 몇 년 계약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함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아니, 무엇보다 제가 동근이와 같이하고 싶어요. 지도자로 변신하는 중요한 시기에 옆에 있는 것, 그게 동근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유 감독)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유재학#양동근#모비스#통합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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