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육성외길, 얼마나 고됐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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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前올림픽축구대표 감독, 급성 백혈병 충격

킹스컵 대회 출전 도중 급성 백혈병으로 귀국한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흔치 않은 유소년 전문 지도자의 길을 걷다 쓰러진 이 전 감독에게 축구계의 위로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킹스컵 대회 출전 도중 급성 백혈병으로 귀국한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흔치 않은 유소년 전문 지도자의 길을 걷다 쓰러진 이 전 감독에게 축구계의 위로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광종 형님에게 보답하는 길은 승리하는 길뿐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대표팀(U-22) 이광종 감독(51)이 급성 백혈병으로 쓰러진 뒤 급하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신태용 신임 감독(45)이 킹스컵 우승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U-22 대표팀은 태국에서 열리고 있는 킹스컵 대회에 출전 중이다. 한국은 7일 오후 9시 태국과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우즈베키스탄과 온두라스를 잇달아 격파하며 2연승을 거두고 있는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거나 승리하면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신 감독은 6일 선수들을 모아 놓고 꼭 승리해서 이 전 감독의 뜻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배출한 국내 유소년 전문 지도자 1세대다. 유공과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한 이 전 감독은 은퇴 후 2000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 지도자로 입문해 15년간 U-15, U-17, U-19, U-20 등 각급 청소년 대표팀을 모두 맡아 숱한 유망주를 길러냈다.

특히 2009년 U-17 대표팀을 지휘하던 당시에는 현재 축구대표팀 대들보로 성장한 손흥민(레버쿠젠)과 김진수(호펜하임),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임창우(울산), 이종호(전남) 등이 그의 손끝에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이 전 감독은 자신이 지도한 선수들을 주축 삼아 2009년 U-17 월드컵 8강, 2011년 U-20 월드컵 16강, 2013년 U-20 월드컵 8강을 차례로 이뤄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U-23 대표팀을 이끌고 1986년 이후 28년 만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한국 축구에 안기면서 성공 신화를 썼다.

그는 이번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을 빛내기를 소망해왔다. 조직력을 다듬기 위해 참가한 이번 킹스컵 대회에서도 열과 성을 다했다. 선수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까 봐 자신의 병명을 끝까지 밝히지 않으려 했다.

이러한 이 전 감독이었기에 그의 투병 소식을 들은 축구인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한 축구계 원로는 “다른 사람들이 가려고 하지 않았던 길을 걸었던 후배인데… 닦아놓지 않은 길이라 힘이 들었나 보네요”라고 탄식했다.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팀에서 공수를 조율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았던 이재성(전북)은 “친구들로부터 무섭고, 훈련을 힘들게 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시아경기 때 처음 만난 감독님은 그런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아버님처럼 포근하고 인자하게 대해주고 내가 하는 일마다 믿어주셨다”며 “너무 놀랐지만 꼭 일어나실 것”이라고 애타는 마음을 표현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부회장으로 이 전 감독이 유소년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이회택 한국축구인노조 위원장은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는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이 전 감독을 지켜보면서 성실하고 끈기가 있어 꼭 결과물을 낼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 아직 할 일이 많다”며 후배의 쾌유를 바랐다.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계약이 해지된 이 전 감독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현역 복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 발전에 힘쓰다 병을 얻은 만큼 축구협회는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이 전 감독에 대한 보다 상세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킹스컵#이광종 감독#급성 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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