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밝았다…김광현은 과연 얼마나 받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17시 19분


"모든 일은 마지막 1시간을 남기고 벌어졌다."

2년 전 이맘 때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27)이 한 TV 방송에서 한 말이다.

류현진의 계약은 마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스릴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협상 마감 시한을 10분 앞두고 다저스가 제시한 스프릿 계약(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마이너리그로 강등시킬 수 있는 계약)에 류현진은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최종 관문은 돈이었다. 협상 마감 시한 1분 전 다저스는 6년간 3000만 달러(약 330억 원)를 불렀는데 류현진은 다시 한번 "그 돈이면 계약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다저스는 그 자리에서 600만 달러를 추가했고, 류현진의 최종 몸값은 3600만 달러(약 396억 원)가 됐다. 류현진은 "에이전트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계약서를 보냈을 때 마감시간까지는 단 1초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 SK 김광현(26)의 계약도 최종일에 가서야 결론이 났다.

김광현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갖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7시(현지시간 11일 오후 2시)까지 김광현과 협상을 완료해야 했다. 한 달 동안의 협상 기간 동안 양측은 충분히 교감을 나눴다. 샌디에이고는 팀 사정상 적지 않은 금액인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이적료를 책정했다. 김광현은 이달 초 샌디에이고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신체검사까지 받았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이 SK에서 달았던 등번호 2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하며 호감을 표시했다. 최근 김광현은 "구단 분들을 만나고 왔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아직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 자세한 얘기를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광현의 계약이 늦춰진 이유는 팀 사정과 관련이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8일부터 11일까지(현지시간) 윈터미팅이 열리고 있다. 30개 구단이 모두 참가하는 윈터미팅은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트레이드 등으로 선수단을 보강하는 중요한 행사다.

이번 윈터미팅에서 샌디에이고의 최우선 목표는 타선 보강이었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는 팀 타율 0.226으로 30개 구단을 통틀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팀 홈런은 109개로 28위였다. 그래서 거포 외야수 맷 켐프(다저스) 등이 영입 1순위 후보로 꼽혔다.

문제는 중량급 있는 타자를 데려오려면 투수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선발 투수로 뛰었던 이언 케네디, 앤드류 캐시너, 타이슨 로스 등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된 이유다. 따라서 이들 투수의 거취가 먼저 결정돼야 김광현의 계약도 이뤄질 수 있던 것이었다.

김광현을 바라보는 팀 내 시선에도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A.J. 프렐러 단장은 김광현에게 선발 투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버드 블랙 감독은 김광현이 불펜 투수로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냐 불펜 투수냐에 따라 몸값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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