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방망이 늦었다고 포기 말고 끝까지 스윙을”

  • 동아일보

201안타 ‘서 교수’ 서건창, 초보 야구동호인에 타격 훈수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201안타를 기록한 서건창이 5일 목동구장에서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서건창은 최다 안타는 물론이고 타율(0.370), 득점(135점) 1위에 오르며 올 시즌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201안타를 기록한 서건창이 5일 목동구장에서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서건창은 최다 안타는 물론이고 타율(0.370), 득점(135점) 1위에 오르며 올 시즌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가 된 넥센 서건창(25)은 ‘서 교수’로 불린다. 올 시즌 서건창이 경기당 평균 1.57개의 안타를 치며 절정의 타격 솜씨를 뽐내자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래서 서 교수에게 강의를 부탁했다. 내용은 초보 야구인들을 위한 타격 조언이었다. 모든 개론서와 원론서가 그렇듯 그의 ‘안타학개론’ 강의의 핵심 내용도 ‘기본’이었다.

“타이밍이 좀 늦었어도 끝까지 스윙을 하세요.”

초보 야구인들은 스스로 타이밍이 늦었다는 생각에 스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빗맞은 타구가 수비수 없는 곳에 떨어지는 행운까지 포기하는 일이다. 수비 실수로 출루할 가능성도 없애 버린다. 서건창은 “타격도 운이 따를 수 있다. ‘어, 이거 아닌데?’ 싶어도 끝까지 스윙을 해야 안타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연습할 때는 공을 끝까지 보세요.”

서건창은 올 시즌 ①손을 가슴 아래쪽까지 내리고 팔을 붙여 오른쪽 어깨를 닫은 뒤 ②중심 이동을 거의 하지 않고 빠르게 방망이를 돌린 다음 ③타이밍이 조금 늦어도 끝까지 방망이를 휘두르는 자기만의 타격 자세를 완성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건창은 올 시즌 ①손을 가슴 아래쪽까지 내리고 팔을 붙여 오른쪽 어깨를 닫은 뒤 ②중심 이동을 거의 하지 않고 빠르게 방망이를 돌린 다음 ③타이밍이 조금 늦어도 끝까지 방망이를 휘두르는 자기만의 타격 자세를 완성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그는 “경기 중에는 안 되지만 연습 때는 충분히 공을 끝까지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경기와 달리 연습 때는 공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연습 때 공을 끝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는 등 불필요한 자세를 교정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는 “타격은 간결한 동작이 중요하다. 공을 끝까지 보며 이런 자세를 체득하도록 연습한 뒤 경기 때 저절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석에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세요.”

서건창은 “초보 야구인들이 ‘원 스트라이크를 먹고 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스트라이크 후 파울 타구를 치면 바로 투 스트라이크에 몰리기 때문에 투수와의 싸움에서 불리해진다는 것. 초구에 파울이나 헛스윙을 하더라도 2번의 기회가 남아 있기 때문에 초구에 적극적으로 타격을 하며 감각을 익히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프로 선수들은 다르지만 이제 야구를 시작한 분들에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한 해 서건창이 꼽은 ‘최고의 장면’은 201번째 안타를 작성했던 순간이다. 대기록 작성까지 안타 1개를 남겨둔 채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했던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경기 전에 가졌던 부담과 운 좋게 기록을 달성했을 때의 심경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반대로 눈앞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쳤던 아쉬운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타격왕이 되기 위해 시즌 내내 흘렸던 땀은 올겨울 화려한 수상으로 돌아왔다. 2014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동아스포츠대상, 프로야구 올해의 상,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최고의 선수상 등 서건창은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그는 “즐겁게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과분할 만큼 큰 상을 많이 받아 책임감이 더 생긴다. 가족들과 주변에서 응원해준 분들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올해가 화려했던 만큼 내년이 걱정될 것 같다는 말에 서건창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조금 부담이 되지만 오히려 목표를 더 높게 잡을 수 있어서 좋다. 선수로서 욕심도 더 생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년의 목표를 묻자 역시 서건창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개인기록에서 수치상 목표를 세우기보다 팀에 어떻게 보탬이 될지 먼저 연구해야 할 거 같아요. 올해 많이 아쉬웠던 만큼 내년엔 마지막에 웃는 팀이 돼야죠. 저도 거기에 역할을 하고 싶고요.”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서건창#안타학개론#타격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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