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맞댄 친자매 “챔프 반지도 함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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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우리은행 박언주-박혜진
실업팀 뛰다 2년만에 복귀 박언주, 스타가 된 동생과 3연속 우승 다짐

‘박 자매 첫 동반우승 기대하세요.’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전승(7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는 박언주(언니·왼쪽)박혜진 자매가 손을 맞대고 앞으로의 선전을 위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3@donga.com
‘박 자매 첫 동반우승 기대하세요.’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전승(7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는 박언주(언니·왼쪽)박혜진 자매가 손을 맞대고 앞으로의 선전을 위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3@donga.com
“어, 박혜진이 아니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팬들은 등번호 9번 선수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활약한 9번 박혜진(24)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우리은행 9번은 2년 만에 프로무대에 복귀한, 박혜진의 친언니 박언주(26)다.

“진짜 제가 뺏은 거 아니에요.”

등번호 이야기를 꺼내자 박언주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매는 올 시즌 나란히 9, 7번 등번호를 달고 한 팀에서 뛰고 있다. 박언주는 “원래 내가 9번을 좋아한다. 동생은 7번을 좋아하는데 마침 (김)은경 언니가 은퇴하면서 이번에 7번으로 바꾼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박언주는 고교 시절 9번으로 활약하며 좋은 성적을 올렸었다. 박혜진은 인천 아시아경기 때 대표팀 7번이었다.

자매는 올 시즌 첫 동반 우승을 꿈꾸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여러 번 한솥밥을 먹었지만 같이 우승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이 3연패에 성공하면 여자농구 사상 처음으로 자매가 한 팀에서 같이 우승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자매는 “흔치 않은 기회라 더 간절한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박언주는 2011∼2012시즌 후 우리은행과의 계약에 실패한 뒤 실업팀 사천시청으로 옮겼다. 열성적으로 자매를 지원했던 부모는 박언주가 다시 프로팀에서 뛰기를 원했다. 동생도 언니와 코트에서 함께 뛰길 간절히 바랐다. 마침 우리은행이 박언주가 필요하다고 다시 손을 내밀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43)은 박언주가 삼천포여고 시절부터 알던 사이였다. 박언주는 다시 프로 선수로서 팬들 앞에 서기로 결심했다.

박언주가 없는 2년 동안 우리은행은 환골탈태했다. 꼴찌에서 2년 연속 챔피언으로 올라섰다. 박언주는 팀의 명성에 누를 끼쳐선 안 된다는 부담이 컸다. 올해 4월 팀에 복귀하기 전 박언주는 4개월간 혼자 몸을 만들었다. 시즌 시작 전 혹독하다고 소문난 우리은행의 훈련을 군말 없이 소화했다. 2년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그는 “실업팀에서 보낸 2년은 값진 시간이었다. 관중 없는 경기를 뛰면서 선수로서의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 책임감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박언주는 시즌 전 잠을 잘 못 이룰 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박혜진은 “언니가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 같다. 정말 잘하고 있다”며 웃었다. 동생의 말대로 박언주는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4일 하나외환과의 경기에서 3점슛 6개를 터뜨리며 팀의 든든한 식스맨으로 자리 잡았다. 박언주는 “믿고 기다려준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 같아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힘들게 돌아온 만큼 매 경기 후회 없이 뛰고 싶은 박언주와 언니와 함께 있어 더 잘하고 싶은 박혜진. 두 선수는 늘 코트에서 남몰래 서로를 응원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박언주#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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