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그가 없는 시상대가 있었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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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한국인 亞경기 최다메달 신기록
남자 혼계영 400m서 동메달 추가… “부족한 점 많이 발견… 좋은 경험 됐다”
쑨양, 朴에게 깜짝 생일 케이크 선물

26일 남자 혼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딴 박태환이 시상식을 마친 뒤 자신의 아시아경기 20번째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자신의 마지막 종목에서 메달을 보태 사격의 박병택(19개)이 갖고 있던 한국 아시아경기 최다 메달 기록을 바꿨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남자 혼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딴 박태환이 시상식을 마친 뒤 자신의 아시아경기 20번째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 자신의 마지막 종목에서 메달을 보태 사격의 박병택(19개)이 갖고 있던 한국 아시아경기 최다 메달 기록을 바꿨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혼계영 400m 결선에서 3위(3분39초18)로 레이스를 마친 박태환(25·인천시청)의 표정은 밝았다. 모든 부담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듯 연신 웃음을 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6개(은 1, 동 5)의 메달을 획득해 사격 박병택이 가지고 있던 한국 아시아경기 최다 메달(19개) 기록을 넘어선 박태환은 경기 후 평생 기억에 남을 감명 깊은 시간을 가졌다. 시상식을 마친 박태환을 중국의 라이벌 쑨양(23)이 케이크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27일이 박태환의 25번째 생일인 것을 알고 있던 쑨양이 박태환에게 깜짝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박태환이 전성기를 누릴 때 “내 영웅은 박태환”이라고 공공연히 말했었던 쑨양은 과거의 영웅에게 “생일 축하한다”며 얼굴에 크림을 묻혔다. 깜짝 놀란 박태환은 “상상도 못했다. 경기장에서 이런 추억이 처음인데 쑨양이 만들어줘 고맙다. 쑨양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치르며 “좋은 경험과 배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참패를 당하고도 잘 버티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도 “부족한 면을 많이 발견한 대회였다. 긴장감과 부담을 이겨내는 점에서 많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26일 남자 혼계영 400m 시상식을 마친 박태환(왼쪽)에게 라이벌인 중국의 쑨양이 생일 케이크를 선물한 뒤 얼굴에 크림을 묻히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남자 혼계영 400m 시상식을 마친 박태환(왼쪽)에게 라이벌인 중국의 쑨양이 생일 케이크를 선물한 뒤 얼굴에 크림을 묻히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와 중국의 쑨양에게 밀리고 자유형 400m에서 다시 쑨양과 하기노에게 밀리며 연거푸 동메달을 땄다. 25일 자유형 100m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26일 자유형 1500m에서도 쑨양(14분49초75)에게 크게 뒤지며 4위를 했다.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 2연속 3관왕을 이룬 그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의연했다. 박태환으로선 인천 아시아경기에서의 ‘노골드’ 경험이 재도약의 좋은 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은 자신의 이름이 걸린 수영장에서 경기를 하면서 지나친 부담감을 가지며 무너진 실수가 2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박태환은 성공과 좌절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국내 최연소(15세)로 출전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부정 출발로 헤엄도 쳐보지 못하고 올림픽을 마감했지만 2006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3관왕에 올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전 종목 결선 좌절이라는 시련을 겪었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다시 3관왕에 올랐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태환#최다메달#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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