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야심, 실수는 없고 미래는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8월 29일 06시 40분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류중일 감독이 무서운 이유

26일 심창민 피홈런에 2루 악송구까지
실투는 용서해도 실수 용납못해 2군행


“공끝 좋았다” 장필준 신인 1라운드 지명
재활센터 보내 벌써 선발 만들기 돌입

삼성은 올 시즌 사상 최초 페넌트레이스 4연패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삼성 류중일(사진) 감독은 여유를 부리지 않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강하게, 더 치밀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바늘조차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단단한 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 실투는 용납해도 실수는 용서 못해

류 감독은 평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 좋은 ‘살구아재(류 감독의 별명)’도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2차례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는 일이 있었다. 우선 4회초 무사 1·2루서 박해민의 우전 적시타가 터졌을 때 1루주자 조동찬이 3루까지 갈 시도도 하지 않은 채 2루에서 멈춰 서자 류 감독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또 하나는 10-5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오른 심창민 때문이었다. 첫 타자 강민호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 1사 후 김민하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황재균의 투수 앞 땅볼 때 더블플레이를 노리며 2루에 송구했지만 중견수 쪽으로 빠지는 악송구를 범하고 말았다. 화가 나면 귀부터 빨개지는 류 감독의 얼굴은 또 다시 붉어졌다.

올 시즌 심창민이 부진을 거듭해도 참고 기다려온 류 감독이지만 결국 27일 2군행을 지시했다. 화가 난 것은 홈런 맞은 ‘실투’보다 2루에 악송구한 ‘실수’였다. 류 감독은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우리 팀 투수들은 다른 팀에 비해 실책이 거의 없다. 그것이 우리 팀 강점이다. 경기에서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상황이라도 스프링캠프에서 매일 반복훈련을 한다”면서 “심창민에 대해 2군 양일환 투수코치에게 하루에 펑고 100개씩 쳐서 2루에 송구하는 훈련을 시키라고 했다”고 말했다. 진정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작은 틈조차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이다.

● 2차 1라운드 지명 장필준 벌써 STC행

삼성은 25일 2015 신인 2차지명 때 1라운드에서 지명한 투수 장필준을 벌써 경기도 용인에 있는 국내 최고 재활전문 센터인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 보냈다.

장필준은 천안북일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평가받으며 200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했지만 2012년 방출 후 귀국했고, 지난해 12월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류 감독의 지시로 소중한 지명권을 사용했다. 류 감독은 “2012년에 던지던 그림(동영상)이 있어 봤는데 공끝이 아주 좋았다. 도박처럼 보이지만 STC도 그렇고, 우리 구단 재활시스템이 잘 돼 있으니까 장필준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삼성만의 재활시스템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포석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류 감독은 “올해만 해도 윤성환 배영수 안지만 권혁 등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구단은 모두 다 잡는다는 방침이지만 누군가 빠져나갈 수도 있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장필준을 하루라도 빨리 STC 들어가도록 조치했다. 지금부터 몸을 잘 만들면 내년 스프링캠프에 데리고 갈 수 있을 것이다. 9월에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정인욱과 장필준 등이 장차 삼성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도록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당장 내년에 자신들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단의 육성책까지 깊게 관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류 감독은 현재를 신경 쓰면서 구단의 미래까지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해가 지지 않는 삼성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심. 류중일이 더 무서운 이유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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