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시구 소원 풀었소” 94세 할아버지의 감동 시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8월 29일 06시 40분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전 최고령 시구자로 나선 백근주옹(1920년생)이 시구를 던지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전 최고령 시구자로 나선 백근주옹(1920년생)이 시구를 던지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14년째 SK팬 백근주옹 “야구덕분에 건강”

“왼발을 들어 올리시면서 던지면 더 멀리 나갈 겁니다.”

28일 LG전을 앞둔 문학구장 덕아웃에서 SK 최정은 한 할아버지와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주어진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가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다. 할아버지는 SK 유니폼 상의를 입고 있었는데 등번호가 ‘94번’이었다.

백넘버는 바로 이날의 시구자인 평생 SK팬 백근주(사진) 할아버지의 나이를 뜻했다. SK 구단 역대 최고령 시구자다. 백 할아버지는 1982년 프로야구 원년 때부터 MBC 청룡 팬으로 야구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2000년 SK가 창단하면서 응원팀을 갈아탔다. 이후 2007년 SK 김광현이 입단하면서 더욱 흠뻑 빠져들었다. 이유는 손자인 두원 군이 김광현의 열혈 팬이었기 때문이다.

손자가 김광현 팬이 되자, 할아버지는 최정의 팬이 됐다. 그리고 28일 “죽기 전에 문학구장에서 시구 한 번 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꿈이 이루어졌다.

백 할아버지는 “나이 많은 사람도 시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흔 넷이라는 고령에도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 아픈 곳이 없는 것은 SK 야구 덕분이라고 믿는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차로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아들과 손녀 등 온 가족이 문학구장을 찾았다. 비록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했어도 백 할아버지에게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시구였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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