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그랜드슬램 ‘큰 산’에 점점 다가가 위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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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여자오픈 분패 박인비

평소 지난일은 빨리 잊는 편이라던 박인비(26·KB금융그룹·사진)도 이번만큼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듯했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은 1년 동안 기다리고 준비한 대회였다. 좋은 기회였고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15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만난 박인비의 얼굴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박인비는 14일 영국에서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꿈을 아쉽게 접은 뒤 이날 귀국했다. 18일 제주 오라CC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을 위해서였다.

박인비는 버디를 노리다 보기를 했던 이번 대회 18번홀(파5) 상황을 복기할 때 마치 현장으로 돌아간 듯 샷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묘사했다. “슬라이스 바람이 심했다. 10야드만 더 보내면 가운데 벙커를 넘길 수 있었는데. 러프에 떨어진 공도 라이가 너무 나빴다.”

그래도 박인비는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공동 42위를 했는데 이번엔 우승 경쟁을 했으니 그만큼 성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에 더 익숙해졌다는 의미였다. “또 뭔가 배웠다. 링크스 스타일 코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수확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상반기에만 6승을 거둬 올 시즌에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많은 행사에 참가해야 했다. 그런데도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LPGA투어 트로피를 안으며 간판스타다운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LPGA투어는 미국 선수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7개 대회에서 11승을 합작했다. 박인비는 “미국 선수들이 번갈아 우승하다 보니 다들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돼 동반 상승 효과를 내는 것 같다. 한국 선수들도 메이저 대회 우승이나 역전 우승 등으로 물꼬를 튼다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박인비는 좋아하는 숫자로 ‘1’을 꼽는다. 우승, 최고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최근 퍼팅을 비롯한 전반적인 샷 감각이 살아나고 있어 시즌 후반기에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는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재도전한다. 현재 3위에 머물러 있는 세계 랭킹도 다시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모처럼 국내 대회에 나선 박인비는 자신을 알아본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하면서 “주니어 시절 오라CC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제주와의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박인비#브리티시여자오픈#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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