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울던 독종, 맨 꼭대기서 미소

  • 동아일보

우리은행 우승 이끈 위성우 감독
현역시절 식스맨, 여러팀 떠돌아… 당대 최고 감독들에 팀 운영 배워
지독한 훈련-맞춤 전술로 명장 반열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29일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신한은행을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팀만이 할 수 있는 세리머니인 골망 자르기를 하고 있다. WKBL 제공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29일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신한은행을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팀만이 할 수 있는 세리머니인 골망 자르기를 하고 있다. WKBL 제공
독종으로 유명한 그의 눈이 벌겋게 물들었다. 감독 되고 운 적은 처음이었다. 여자프로농구에서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룬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43)이었다. 우리은행은 29일 안산에서 끝난 신한은행과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67-66으로 이기며 3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위 감독은 2년 전 우리은행 사령탑 제의를 받고 신한은행 안산 숙소의 짐을 쌌다. 당시 신한은행은 몇 년째 최강으로 군림한 반면 우리은행은 4년 연속 최하위였다.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새 길을 떠난 위 감독이 7년 동안 머물렀던 안산에서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공중에 던져진 위 감독의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 몸이 기억해야 이긴다

위 감독 부임 후 우리은행 훈련장 식당 아주머니들의 퇴근이 늦어졌다. 훈련 내용이 나쁘면 예정된 저녁식사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오후 3시에 시작한 훈련이 오후 10시에 끝난 적도 있었다. 훈련 목표를 채우기 전에는 절대 관두지 않았다.” 여자농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잠시 팀을 비웠던 위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족한 훈련을 채우려고 밤늦도록 연습장 불을 밝혔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감독님 안 계셨으면 이런 기쁨은 없었다. 그래도 당분간 감독님에게서 멀리 떠나 쉬고 싶다”며 웃었다. 입안의 단내가 짙어질수록 우리은행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실전에 맞춘 다양한 전술이 밴 몸으로 코트를 지배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은행은 이번에는 국내 선수 위주로 트로피를 안았다. 위 감독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졌다. 중요한 순간에 피하던 모습이 사라져 두려움 없이 맞섰다”고 흐뭇해했다.

○ 떠돌이 신세가 오히려 행운

위 감독은 현역 시절 주류와는 거리가 먼 무명이었다. 식스맨으로 간간이 코트에 섰다. 아마추어 현대와 프로 SBS, 동양, 모비스 등을 전전했다. 여러 팀을 옮기면서 국내 최고 감독들의 가르침을 받은 것은 큰 자산이 됐다. 김진 LG 감독과 유재학 모비스 감독뿐 아니라 신선우 한국여자농구연맹 전무, 최희암 임달식 감독과도 인연을 맺었다. 위 감독은 “전술뿐 아니라 선수 장악과 관리 등에 대해 폭넓게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선수로 한 번, 코치로 일곱 번, 감독으로 두 번 등 통산 10번째 우승반지를 낀 위 감독은 어느덧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대표팀을 이끈다. 그는 “아직 멀었다. 얼떨결에 우승했던 지난 시즌보다 이번 시즌에 더 높은 벽을 느꼈다. 아직 채울 게 많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여자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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