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빈자리, 사령탑 어디 없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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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도중 감독 줄사퇴에 구인난… 인삼공사, 1년간 이동남 대행체제
삼성-동부도 내부승진 가능성 열려… “젊은 감각 지도자 찾기 쉽지 않아”

다음 주면 찾아오는 4월은 프로농구 지도자에게 잔인한 달로 불린다. 시즌 종료로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라 거취를 둘러싼 희비가 엇갈리는 때다. 계약 기간이 남았어도 성적에 따라 문책되는 경우도 잦았다.

당초 남자프로농구는 올 시즌 종료 후 계약 만료되는 감독이 두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8위 삼성, 9위 인삼공사, 10위 동부가 시즌 도중 사령탑 퇴진의 홍역을 겪으면서 물갈이 폭이 더욱 커졌다.

인삼공사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이동남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해 정규리그 막판 벤치를 맡겼다. 5년 동안 인삼공사 코치로 일한 이 감독대행을 배려해 기회를 준 것이라는 게 구단 측의 설명이었다. 발탁 인사의 배경은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도 하차한 이상범 감독의 1년 치 잔여 연봉(3억5000만 원)을 지급했기에 감독 외부 영입으로 코칭스태프를 새로 구성할 경우 지급해야 했던 추가 연봉을 아낄 수 있었다.

후임 감독 선임의 장고에 들어간 삼성과 동부 역시 인삼공사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은 김상식 감독대행, 동부는 김영만 감독대행을 4, 5명에 이르는 감독 최종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다만 내부 승진이 이뤄질 경우 두 팀 모두 인삼공사와 달리 정식 감독으로 새롭게 계약을 해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KT에서 5시즌 동안 4차례 팀을 4강으로 이끈 전창진 감독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삼성 또는 동부로 이적한다는 루머에 휩싸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세인 KT 전력을 갖고 120%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판을 듣고 있는 전 감독은 “팀을 옮기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달 말 계약이 끝나는 김진 LG 감독은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팀을 13년 만의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면서 사실상 재계약을 확정지었다.

올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최하위 하나외환은행은 여자프로 현대(현 신한은행), 남자프로 LG, 전자랜드 등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박종천 KBS 해설위원이 신임 감독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남자프로농구 단장은 “현장 감각을 유지하면서 젊은 선수들과 호흡을 할 수 있는 감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감독 자리를 찾는 농구인들의 구직난이 심각해진 반면 구단 입장에서는 구인난에 빠져 있는 양상이다. 구단들이 소통과 컨트롤을 하기에 수월한 젊은 감독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폐단으로 지적된다. 노장 지도자들의 풍부한 경험은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지도자 육성과 관리도 국내 프로농구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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