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에 3강만 있나, 4위 KT도 얘깃거리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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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 전력 예상 깨고 선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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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난 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51·사진)은 방으로 배달된 설렁탕으로 홀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입맛도 없고…. 요즘 자주 이래요. 누구 만나고 싶지도 않고….” 전 감독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늘었다. 2002년 TG삼보(현 동부) 감독 대행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올 시즌이 어느 때보다 힘들다.

KT는 이번 시즌 직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23.5%의 1순위 지명확률을 갖고도 순번에서 밀려 원했던 전력 보강에 실패했다. 지난해 말 오리온스와의 4 대 4 트레이드 과정에서 김도수의 도핑 문제가 불거져 나와 신인 지명권까지 넘겨주게 됐다. 전 감독은 쏟아지는 악재에 대해 “모두 내 탓”이라고 자책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KT는 하위권이 유력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동부, 인삼공사, 전자랜드, 오리온스보다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KT는 이런 예상을 깨고 SK, 모비스, LG 등 3강의 뒤를 쫓으며 꾸준히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 감독이 특유의 조직 농구와 탄탄한 수비 전술을 펼친 데다 한물갔다거나 철저하게 무명이라는 평판을 듣던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왼손잡이 슈터 오용준(34)과 가드 김우람(26)이 대표적이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4.9득점에 그쳤던 오용준은 올 시즌 고비마다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리며 공격력이 평균 10점 가까이로 올랐다. 오용준은 “감독님에게 ‘이제 하고 싶어도 기회가 많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뭔가를 깨닫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KCC 2군 출신인 김우람은 올 시즌 KT 유니폼을 입은 뒤 농구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전 감독의 지원 속에 주전 자리를 꿰찬 김우람은 지난 시즌 평균 10분 출전에 3.4득점이던 기록이 올 시즌 25분 출전에 8.2득점으로 향상됐다.

이들이 은인으로 꼽는 전 감독은 오히려 “선수들이 워낙 착하고 성실한 덕분이다. 스스로 노력해 얻은 성과”라며 겸손해했다. 훈련 때는 엄해도 코트 밖에서는 친한 맏형 같은 전 감독을 중심으로 KT 선수들은 끈끈한 응집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지난 주말 관심을 모은 오리온스와의 대결을 앞두고 KT 조성민, 송영진 등 주축 선수들은 “전쟁에 나가는 기분”이라며 정신력을 다진 끝에 완승을 엮어냈다. 논란이 된 4 대 4 트레이드 이후 KT의 부산 안방경기 평균 관중은 6803명으로 그 이전의 4012명보다 3000명 가까이 늘었다. 전태풍 영입이 확실한 흥행카드가 된 셈이다. 전 감독은 “훈련하고 게임할 때가 가장 재밌고 행복한 시간이다. 선수들의 땀 냄새에서 새로운 의욕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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