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감독들의 다짐] 챔피언 황선홍 ‘극세척도’…데얀 보낸 최용수 ‘제구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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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6일 07시 00분


황선홍 감독. 스포츠동아DB
황선홍 감독. 스포츠동아DB
■ 사자성어로 본 2014 K리그 클래식 감독들의 다짐

K리그 클래식(1부) 12개 클럽들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성을 다짐했고, 아쉽게 우승트로피를 내준 울산 현대는 수장을 바꾸며 정상 탈환을 목표로 잡았다. 전북 최강희 감독과 서울 최용수 감독의 야심도 크다. 새해를 맞아 사자성어로 K리그 판도를 예상했다.

극세척도(克世拓道) - 포항 황선홍 감독

적은 예산과 옅은 선수층…그
래도 원대한 포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 포항은 어렵다. 작년도 그렇고 올 시즌에도 한정된 예산에서 옅은 선수단을 운영해야 한다. 황선홍 감독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냉정함을 주문하되 결과에 상관없이 축구 자체를 즐기라고 강조한다. ‘황선홍 축구’가 꽃피웠다. K리그 사상 첫 정규리그와 FA컵을 동시 석권(더블)했다. 선수계약 등 문제가 산적하지만 올 시즌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나선다. 정규리그 우승 후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은 없었다. 황 감독은 작년 챔스리그 조별탈락의 아쉬움을 딛고 올 시즌 정상을 노린다.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제구포신(除舊布新) - 서울 최용수 감독

전력의 핵 용병 떠나도 젊은 선수 패기를 믿다

춘추좌전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묵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펼친다’는 뜻이다. 변화와 도전을 선택한 FC서울의 화두와 같다. 최용수 감독은 2012년 K리그 클래식 우승과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칼을 빼 들었다. 전력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외국인 선수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K리그 3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데얀을 장쑤 세인티(중국)로 보냈고 수비수 아디에게 코치직을 제의했다. 몰리나의 거취도 조만간 결정된다. 이들이 빠진 자리는 국내외 어린 선수들로 대체된다. 기동력을 덧입혀 젊고 역동적인 색깔을 입힐 계획이다.

김봉길 감독. 스포츠동아DB
김봉길 감독. 스포츠동아DB

물망재거(勿忘在 ) - 인천 김봉길 감독

주력 선수 이탈 예상…철저한 대비 필요할듯

인천의 올 겨울은 꽤 추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연맹이 작년 중반 국내 선수들의 연봉 총액을 공개하면서 인천은 직격탄을 맞았다. 몇몇 기업구단보다 인건비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경기가 겹치면서 예산이 크게 줄었다.

올 시즌도 몇몇 주력 선수들의 이탈이 예상된다. 작년보다 처한 상황이 더 어렵다. ‘어려웠을 때를 잊지 말고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물망재거)는 격언을 되돌아봐야 한다. 김봉길 감독은 2012시즌 초반 감독대행을 달고 수렁에 빠진 팀을 건져낸 이력이 있다. 1966년생인 김 감독은 말띠의 해를 맞았다.

하석주 감독. 스포츠동아DB
하석주 감독. 스포츠동아DB

각고면려(刻苦勉勵) - 전남 하석주 감독

말 많고 탈 많았던 2013년…팀 재건에 힘써야

대단히 고생하고 힘써서 정성을 들인다. 하석주 감독이 작년에 이어 올 해도 전남을 이끌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남은 2013시즌 힘 한번 못 써보고 하위그룹을 전전했다. 11월 중순에서야 클래식 잔류를 확정할 정도였다. 하 감독은 마음고생도 심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 10kg 가까이 몸무게가 줄었다.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기도 힘들었다.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감독 교체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하 감독은 다시 지휘봉을 부여받았다. 시즌 초반부터 힘껏 정성을 들인 결과물이 드러나야 한다.

조민국 감독. 스포츠동아DB
조민국 감독. 스포츠동아DB

견성이갑(堅城利甲) - 울산 조민국 감독

굳건한 용병과 주전…모든 게 갖춰지다

울산현대미포조선(실업리그)을 이끌었던 조민국 감독이 울산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소임은 막중하다. 작년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털고 통산 3번째 우승을 달성하는 것이다. 울산은 잘 차려진 밥상이다. 국가대표 김신욱, 이용, 김승규 등 주전들이 굳건하다. 하피냐, 까이끼, 마스다 등 수준급 외국인선수들도 모두 붙잡았다. 일찌감치 전력 보강에 신경 쓰고 있다. 양쪽 측면 수비를 두루 소화하는 올림픽대표 출신 정동호 등을 영입했다. 견성이갑, 즉 ‘방비가 튼튼한 성과 훌륭한 갑옷’이 모두 갖춰졌다. 조 감독이 얼마만큼 용병술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 전체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서정원 감독. 스포츠동아DB
서정원 감독. 스포츠동아DB

도광양회(韜光養晦) - 수원 서정원 감독

최고보다 가능성에 투자…기회는 오리라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가고, 썩어도 준치라고들 한다. 하물며 재계 1위 삼성이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다만 팀의 정책노선이 바뀌었다. 최고선수를 영입했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현실은 우승권에서 조금 거리가 있다. 중국은 1980년대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린 정책을 내걸었다. 이른바 도광양회다. 수원 서정원 감독의 생각도 같다. 작년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하며 가능성을 봤고, 전술을 입히려고 노력했다. 챔스리그 진출권을 목표로 내심 상위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참고 기다렸던 순간이 올 해가 될지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다.

박경훈 감독. 스포츠동아DB
박경훈 감독. 스포츠동아DB

유종지미(有終之美) - 제주 박경훈 감독

여름이면 지치는 악순환…올해는 다를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처음만 같아라. 유종지미, 곧 ‘시작한 일의 끝맺음을 잘 해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박경훈 감독의 축구 색깔은 명확하다. 짧고 빠른 패스워크와 창의적인 미드필드 플레이를 통해 점유율을 확보한다. 팬들이 보는 재미도 뛰어나다. 그러나 6월을 넘기지 못한다. 여름이 되면 맥이 풀리고 크게 지친다. 제주는 작년 6월까지 3위를 지켰지만, 7월말 7위로 내려앉았다. 9월초에는 9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육지로 원정을 다녀야 하는 고단함도 무시 못 한다. 다만 제주는 젊은 선수들의 힘이 굳건하다. 외국인 선수를 뽑는 안목도 대단하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이차만 감독. 사진제공|경남FC
이차만 감독. 사진제공|경남FC

기호지세(騎虎之勢) - 경남 이차만 감독

깜짝 발탁으로 올라탄 말…달릴 일만 남아

경남FC의 깜짝 발표에 많이 이들이 어리둥절했다. 새 사령탑으로 이차만 감독이 선임됐다. 이 감독은 1999년 대우로얄스에서 감독을 맡은 이후 무려 15년 만에 프로 현장에 돌아왔다. 현대축구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감독은 “수 십 년간 쌓아온 경험을 통해 유종의 미를 얻고 싶다. 현실적으로 상위그룹 진출이 목표다”고 밝혔다.

경남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담금질을 한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사람이 절대 뛰어내릴 수 없는 것’처럼 이 감독의 도전도 시작됐다. 그의 말대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거자필반(去者必返) - 전북 최강희 감독

팬과 약속대로 친정 복귀…옛 영광 재현 별러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온다. 불교의 윤회사상과 맞닿아 있는 이 말은 최강희 감독과 전북에 적합하다. 최 감독은 대표팀의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달성한 뒤 ‘친정’ 전북으로 돌아왔다.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작년 한 해 아쉬움이 많았다. 7월 초 복귀하면서 팀을 재정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주포 이동국과 이승기, 케빈, 정인환 등이 거푸 부상당하며 복귀 후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분신’ 김상식이 은퇴하고 서상민 등이 군 입대하면서 몇몇 포지션의 공백이 생겼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아래 최고의 선수들을 물색하고 있다. 온전히 새 시즌을 맞는 최 감독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윤성효 감독. 스포츠동아DB
윤성효 감독. 스포츠동아DB

중석몰촉(中石沒鏃) - 부산 윤성효 감독

토너먼트 강자의 위용…정신집중으로 재도전


작년 숱한 화제의 중심은 윤성효 감독이 몰고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반 추가시간 터진 극적 결승골로 상위그룹 잔류를 확정했고, 최종전에선 울산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숭실대 감독 시절부터 자자했던 단기 토너먼트의 강자가 FA컵 4강전에서 전북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부산은 이후 6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졌다. 중석몰촉. ‘정신을 집중하면 활로 바위를 뚫을 수 있는 큰 힘이 나올 수 있다.’ 윤 감독도, 부산도 새 시즌 다시 한번 의기투합을 벼르고 있다.

박종환 감독. 스포츠동아DB
박종환 감독. 스포츠동아DB

노마식도(老馬識道) - 성남 박종환 감독

연륜에 대한 우려와 기대…장점만 잘 살려야


박종환 감독이 성남시민구단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일대 사건(?)이다. 1938년생. 만 나이로 일흔여섯. 작년 은퇴를 선언한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보다 3살 많다. 2006년 대구FC 감독 이후 8년 만의 현장 복귀다.

우려 반 기대 반이 섞였다. 선수들도 팬들도 그가 강압적인 태도를 버릴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다. 노마식도.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뜻으로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다’는 뜻이다. 예의 카리스마와 조금 더 푸근해진 할어버지상으로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야 성남의 성적도 날개를 달 수 있다.

박항서 감독. 스포츠동아DB
박항서 감독. 스포츠동아DB

화이부동(和而不同) - 상주 박항서 감독

소속팀 제각각 선수들 화합과 융화 최대 관건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원칙과 신념이 흔들리는 일 없이 굳게 가져간다. 상주상무는 군경 팀 특성상 화합과 융화가 쉽지 않다. 이근호, 이승현, 최철순, 이재성 등 국가대표 출신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병역을 마치기 위한 1년9개월의 시간일 뿐이다. 더욱이 구성원 대부분이 클래식(1부) 클럽의 원 소속팀을 갖고 있어 친정을 상대로 얼마나 활약할지도 미지수다.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를 해주고 전력을 120% 끌어올려야 한다. 원칙을 확실하게 주지하되,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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