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러시아] 차범근 “정성룡,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0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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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해설위원. 스포츠동아DB
차범근 해설위원. 스포츠동아DB

‘차범근 정성룡 실책’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이 '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수원)에 대해 따끔한 질책을 남겼다.

정성룡은 1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의 자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러시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에 선발출장, 2골을 내줬다. 한국은 러시아에 1-2로 패했다.

2골 모두 사실상 정성룡의 실책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은 전반 6분 김신욱(울산)의 선제골로 기분좋게 시작했다. 하지만 정성룡은 5분 뒤 표도르 스몰로프(디나모 모스크바)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정성룡은 로만 시로코프(제니트)의 크로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정쩡하게 다이빙을 했다. 순간적으로 대쉬 여부를 두고 망설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성룡은 공을 정확하게 멀리 걷어내지도, 완벽하게 가슴에 끌어안지도 못했다. 정성룡은 공을 허무하게 뒤로 빠뜨리는, 골키퍼에게는 최악의 실수를 범했고, 골대 앞에서 서있던 스몰로프는 A매치 데뷔골을 손쉽게 주웠다.

두 번째 골은 더욱 허무했다. 러시아의 코너킥 당시 정성룡의 앞에는 다른 러시아 선수가 서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 골키퍼는 세트 피스 상황에서 자신을 가로막는 선수가 있으면 격한 신경전을 벌여서라도 밀어내고 시야와 움직일 공간을 확보한다. 이는 자 팀 선수이건 상대 팀 선수이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성룡은 이상하리만치 우물쭈물했고, 결국 주심의 신호에 의해 코너킥은 시작됐다. 결국 러시아 선수에 가로막힌 정성룡은 헤딩슛 방향으로 제대로 움직여보지도 못한 채 2번째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정성룡이 온몸을 날린다고 해서 막아질법한 슛은 아니었지만, 골키퍼답지 않게 너무나 소극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차범근 해설위원이 지적한 점도 이것이었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선수란 프로 생활을 하다보면 이렇게 (컨디션이) 내려갈 때가 있다. 감독이 (컨디션을) 내려가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애정어린 말로 운을 뗐다.

하지만 차범근 해설위원은 이어 "정성룡에게 아쉬운 것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액션을 하라는 것이다. 동작을 크게 하고 말도 하고, 소리도 쳐줘야한다"라면서 "(골키퍼는) 그렇게 자신감을 보여야한다. 골키퍼가 액션과 함께 소리를 치며 동료를 깨워주는 것이 중요한데, (정성룡은) 그런 점이 아쉽다"라고 매섭게 지적했다.

정성룡의 대표팀 골키퍼 선배는 다름 아닌 이운재(은퇴)와 김병지(전남)이다. 축구팬들은 굳이 세트피스 상황이 아니라도 이들이 쉴새없이 수비수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지시하고 의욕을 북돋는 모습을 익숙하게 봐왔다. 특히 이운재가 대표팀 수문장으로 '롱런'한 대표적인 이유는 '수비진을 이끄는 능력'이 좋다는 점이었다.

반면 정성룡은 비단 대표팀 경기가 아니라도 상대적으로 얌전한 편이다. 20대 초중반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대표팀에서 28세인 정성룡은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오히려 동료 선수들을 이끌어줘야할 베테랑의 입장에 있다. 하지만 정성룡은 최근 부진이 길어지면서 더욱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 역력하다. 정성룡은 선배들에게 좀더 배울 필요가 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정성룡 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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