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주장 홍성흔(37)은 8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목동구장 덕아웃에서 방망이 손질에 여념이 없었다. 정성스레 방망이를 손질하던 홍성흔은 이에 대한 사연을 털어놨다. 홍성흔은 야구장에 도착한 직후 1차전 선발투수 니퍼트에게 몇 자루의 방망이를 보여주면서 “이 방망이 중 네가 마음에 드는 방망이 한 자루 골라달라”고 제안했다. 니퍼트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지만 홍성흔은 “4타수 무안타를 쳐도 네 탓이 아니니 부담가질 것 없다. 우리가 함께 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그 말에 니퍼트는 방망이 한 자루를 골랐다.
니퍼트가 고른 방망이는 2년 전 SK 조인성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홍성흔은 “중요한 경기 때 쓰려고 오랫동안 묵혀둔 방망이었다. 좋은 방망이는 부러지더라도 안타를 주고 부러진다. 그런 방망이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 홍성흔은 “우리 잘 해보자”며 니퍼트를 격려했다. 이날 5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홍성흔은 2회 니퍼트가 골라준 방망이를 들고 첫 타석에 나섰다. 홍성흔의 타격에 방망이는 부러졌지만 타구는 유격수 방면 깊은 곳으로 흐르면서 내야안타가 됐다. 두산의 첫 안타였다. 출루에 성공한 홍성흔은 후속타자 이원석의 2루타 때 3루까지 진루한 뒤 정수빈의 적시타로 홈을 밟아 첫 득점을 신고했다. 추격의 실마리를 마련한 득점이었다. 비록 방망이는 한 타석 만에 부러지고 말았지만, 홍성흔과 니퍼트의 마음이 통한 ‘좋은 방망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