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배민구 “내 주행기술 8할은 아버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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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4일 07시 00분


‘나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달린다.’ 아버지의 열렬한 자전거 사랑 덕분에 경륜에 입문한 특선급의 배민구 선수. 9년차 프로 선수인 그는 경륜이 대중의 보다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제공|경륜경정사업본부
‘나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달린다.’ 아버지의 열렬한 자전거 사랑 덕분에 경륜에 입문한 특선급의 배민구 선수. 9년차 프로 선수인 그는 경륜이 대중의 보다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제공|경륜경정사업본부
■ 지난달 특선급 결승 우승 배민구

‘사이클 광’ 아버지 중학생때 경륜 권유
입대 전까지 모든 대회 아버지와 다녀
경륜 상금으로 사업 빚도 갚아드렸죠


“내가 아는 세상에서 자전거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아버지다. 중학생 아들에게 직업으로 경륜선수를 추천하는 아버지가 또 있을까? 내 주행기술의 8할은 아버지에게 배웠다.”

배민구(31·12기·특선·부산팀)는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자전거 인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이라고. 부산체고-부산시청-상무 등 사이클 선수로서 엘리트 코스를 거쳐 온 배민구. 그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특별한 ‘HE-스토리’가 흘러 나왔다.

- 아버지를 통해 자전거를 배웠겠다.

“아버지가 부산에서 동호인으로 활동하셨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전거와 친해졌다. 또래 친구들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 때 나는 비싼 고급 자전거를 탔다.”

- 사이클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중학생 때 우리나라에 경륜이 시작됐다.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경륜 선수를 권유했다. 그래서 사이클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상무 입대 전까지 모든 대회에 아버지와 같이 다녔는데, 다른 선수들이 우리 팀 감독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 아버지를 위해 결혼도 늦췄다고.

“제대를 하니 부모님이 단칸방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의 의류사업이 부도가 났다. 도움을 드려야겠다고 결심해 2005년 훈련원 12기로 경륜에 입문했다. 데뷔 후 5∼6년간 받은 상금으로 아버지 빚을 모두 갚았다. 그후부터 결혼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모든 걸 이해하고 기다려준 아내에게 감사한다.”

- 부인과는 어떻게 만났나.

“후배 소개로 만났는데 미모에 한 눈에 반했다. 10년 연애 끝에 1월 결혼에 골인했는데 여전히 내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 아내가 치위생사라 치아 관리는 걱정 없다.”

- 9월 15일 광명 특선급 결승에서 슈퍼특선급 인치환과 조봉철을 제치고 우승했다.

“현역 넘버원을 다투는 강자들이지만 비선수 출신이라 경주 운영과 몸싸움에서 밀릴 게 없다고 생각했다. 과감하게 레이스를 주도한 게 주효했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 9년차 경륜선수로서의 소회는.

“지난해 한일전 대표로도 뽑혀 직업으로서 만족한다. 하지만 경륜에 대한 사회의 인식에 대해선 아쉬움이 크다. 프로지만 어디 가서 경륜선수라고 쉽게 나를 소개하지 못한다. 경륜이 빨리 도박 이미지를 벗고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 취미생활과 즐기는 음식은.

“자동차 오디오 튜닝을 하며 스트레스를 날린다. 어머니가 전라도 출신이라 음식솜씨가 뛰어나 아마 시절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해주셨다. 인스턴트 음식은 입에 대지 못하게 했는데, 가끔 어머니가 ‘뭐 먹고 싶니’하고 물으면 ‘라면 하나만 끓여주세요.’하고 조르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는.

“2006년 7월 1일 상반기 그랑프리 예선에서 처음으로 특선급 1착을 했다. 팀 선배 김치범 선수가 아마추어 스프린트처럼 경쟁자를 후미에 두고 선행승부를 해보라고 조언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

- 올 시즌 목표는.

“꿈의 무대인 연말 그랑프리 대회에서 준결승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남은 3개월 준비를 잘해 올해는 꼭 결승에 나가고 싶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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