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 위에 패기… 고려대 ‘반란의 완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3일 03시 00분


상무도 누르고 대학팀으론 첫 정상… ‘더블 더블’ 206cm 이종현 MVP
평균 관중 4721명 농구 열기 활활

18-18, 37-36, 56-56. 전광판에 새겨진 1, 2, 3쿼터 스코어가 보여주듯 황금빛 우승 트로피를 향한 고려대와 상무의 마지막 대결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4쿼터 들어서도 4차례 동점을 반복하던 팽팽한 ‘줄다리기’는 경기 종료 2분을 남겨 두고서야 고려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트윈타워 이종현(206cm)과 이승현(197cm)이 있었다. 이승현의 골밑슛으로 종료 1분 22초 전 70-67로 달아난 고려대는 이종현이 상무 박찬희의 골밑 공격을 블록슛으로 막아냈다. 승리를 확신한 이종현은 6072명이 꽉 들어찬 관중석을 향해 긴 양팔을 휘저으며 거센 함성을 유도했다.

고려대가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아마추어 농구 최강전 결승에서 프로 스타들로 구성된 지난해 챔피언 상무를 75-67로 눌렀다. 오리온스 KT를 완파한 데 이어 전날 준결승에서 지난 시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우승팀 모비스마저 무너뜨린 고려대는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서며 거센 대학 돌풍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우승 상금은 5000만 원.

이날 21득점, 12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한 1학년 센터 이종현은 기자단 투표에서 75표 중 74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MVP 발표 직후 선배들에게 90도로 절하며 감사 표시를 한 이종현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모두 ‘더블더블’(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두 자릿수 기록)을 올리며 평균 22.3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종현은 “팀원들이 도와준 덕분이다. 1 대 1 능력과 돌파 등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체력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종현은 외곽에 나와서 미들슛을 던지며 한층 넓어진 활동 반경까지 보였다.

이민형 고려대 감독은 “고대 농구가 힘든 시기도 있었는데 프로들과 대등하게 싸워 우승까지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쏟았다. 대표팀 사령탑 출신인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고려대 높이가 결국 고비에서 위력을 보였다. 심판 판정도 매끄러웠다. 이종현은 현재에 만족하기보다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왼손잡이 이승현도 14득점, 12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고려대 슈터 김지후는 3점슛 5개를 앞세워 21점을 터뜨렸다.

최근 한국 남자 농구가 16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하면서 높아진 관심 속에 치러진 이번 대회는 8일 동안 1일 평균 4721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농구 비수기인 여름에도 뜨거운 열기를 이끌어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고려대 농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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