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양기, 은퇴기로에서 제2의 야구인생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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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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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양기. 스포츠동아DB
한화 이양기. 스포츠동아DB
한화 이양기(32)는 2군에 머물던 어느날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이정훈 2군)감독님 저 이제 야구 그만두겠습니다. 그만두고 앞으로 살 길 찾아보겠습니다.”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차마 입에 올리지 못했던 얘기였다. 그러나 더 이상 1·2군을 오가는 생활을 지속할 수 없었다.

이양기는 올해로 11년차 베테랑이지만 프로생활을 하면서 주전으로 제대로 뛰어본 시즌이 없다. 그나마 2011년에 93경기를 뛰었지만 이듬해부터 또 다시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는 생활을 반복했다. 보직은 어느새 오른쪽 대타요원으로 고정돼버렸다. 그는 “5월에 잠깐 1군에 있다가 2군에 내려갔는데 2군에서도 뛸 자리가 없어 3군으로 내려갔다. 그때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감독님께 찾아가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그랬다”고 털어놨다.

이양기는 수소문해 고등학교 코치 자리를 알아보고 다녔다. 그런 그를 만류한 게 이정훈 2군 감독이다. “1군에서 주전선수가 빠졌을 때 즉시 투입될 수 있는 게 너다. 참고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이 감독은 이양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고, 1군에서 콜업 선수를 요청했을 때 적극 추천했다.

‘이양기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1군에 올라온 직후 16일까지 9경기에서 4할대 타율(0.429)을 기록 중이고, 타점은 8개나 된다. 5할이 넘는 장타율(0.514)과 4할대 출루율(0.444)을 자랑한다. 그는 “아마 2군에 있는 많은 선수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할 거다”며 “흔들리는 나를 감독님이 잡아주셨다. 훈련도 많이 시키셨지만 베테랑에게 심리적 부분을 더 강조하셨다. 타자와의 수싸움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셨는데 1군에 올라와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그때 야구를 그만뒀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매 타석 ‘마지막이다. 못 하면 야구를 그만 둔다’는 마음으로 선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는데 더 절실하게 매달려야할 것 같다”며 방망이를 꽉 쥐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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