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베이스볼] 박병호가 ‘번개 세리머니’를 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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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9일 07시 00분


이제 프로야구도 서서히 전반기 종료를 향해 달려갑니다. 장마가 뜨거웠던 열기를 잠시 식혀주고 있지만, 그래도 장막 뒤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습니다. 스포츠동아의 ‘톡톡(Talk Talk) 베이스볼’이 그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춰냅니다. 이번에는 지난 주말 넥센이 왜 LG를 만나서 눈에 불을 켰는지부터 시작합니다.

‘엘넥라시코’ 스윕은 스윕으로 갚는다

●…넥센은 지난 주말 홈 3연전에서 LG에 3연승을 거뒀습니다. 엄청난 공격력을 과시하며 3경기에서 총 29점을 뽑아냈죠. 3연전 마지막 날이었던 7일에는 김병현을 선발로 내세웠다가 3회초 1사 1루서 강판시키고, 선발 요원 강윤구를 투입하는 ‘1+1’ 전략으로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넥센이 LG를 상대로 전력을 쏟아냈던 이유가 있었는데요. 지난달 넥센은 5연패 중에 잠실에서 LG와 3연전을 치렀죠. 넥센은 김영민∼나이트∼밴 헤켄을 차례로 투입하는 등 총력전으로 나섰지만 3경기를 내리 지며 8연패에 빠졌습니다. 3연전 중 둘째 날은 심판의 오심이 나오면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LG에 내줬어요. 서울을 같은 연고로 하는 LG에 유독 강한 넥센이었지만, 그때만큼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후 안방에서 다시 LG를 상대하게 된 넥센 선수들은 실제로 이를 악물었다고 합니다. 제대로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거죠. 박병호가 3연전 첫 날 8회 8-8 동점이 되는 홈런을 때려낸 뒤 육상스타 우사인 볼트의 세리머니를 따라한 이유는 분위기 싸움에서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요. 의도적으로 과한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기싸움을 벌인 거죠. ‘엘넥라시코’라 불리는 넥센과 LG의 라이벌전. 고교 동기인 넥센 염경엽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의 지략대결에다, 스윕 승을 주고받은 선수들 간의 팽팽한 기싸움까지…. 앞으로 더 흥미로운 일전이 펼쳐질 것 같네요.

유희관의 ‘느린 공’이 불쾌했던 진갑용

●…6일 잠실 삼성-두산전에선 두산 유희관의 커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삼성 진갑용에 대해 논란이 오갔습니다.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진갑용에게 유희관은 시속 79km짜리 커브를 던졌는데요. 이 공을 본 진갑용은 유희관을 불쾌한 표정으로 노려봤고, 이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두산 김진욱 감독은 “유희관은 매 경기 한두 개씩 슬로커브를 던진다. 진갑용이 그걸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리전을 위한 제스처가 아니었을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유희관이 슬로커브를 한 경기에 몇 개 정도는 던지니, 선배를 희롱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진갑용은 평소에도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문제는 플레이 중에도 과연 선후배 관계를 드러내는 게 옳았느냐는 점이죠. 한쪽에선 “진갑용이 ‘선배를 농락한다’는 생각에 불쾌감을 느낀 모양이다”며 이해하기도 했지만, 다른 쪽에선 진갑용의 행동을 두고 “짬밥 야구를 한다”며 승부의 세계에선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질타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느린 공에 선배의 기분이 상한다면 진갑용에겐 150km짜리 강속구도 던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더군요.

2군행 통보에 ‘보신탕 집’ 찾은 앤서니

●…KIA 용병 앤서니는 5일 결국 2군행을 통보 받았습니다. 20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지만, 최근 들어 연이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급기야 소방수 보직을 빼앗긴 거죠. 본인도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하네요. 그는 2군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1군에 복귀하면 선발로 나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앤서니가 2군행 통보를 받은 그날 저녁, ‘보신탕 집’을 찾았다는 겁니다. 평소 찾던 보신탕집에서 가족들에게는 삼계탕을 먹이고, 자신은 보신탕으로 몸보신을 했다는군요. 지난해 처음 보신탕을 먹은 앤서니는 그 뒤 연승행진을 달리는 등 보신탕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답니다. 심기일전에 나선 앤서니가 ‘보신탕 효과’로 다시 활짝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홍삼이 얼마나 비싼데 쓰다고 안 먹어?

●…한화 외국인투수 이브랜드는 올해 한국 땅을 처음 밟았습니다. 야구는 어느 곳이나 똑같지만, 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이 그에게는 마냥 신기한 모양입니다. 얼마 전에는 팀 내 선수들이 구단에서 마련해준 홍삼액을 시원하게 들이키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는데요. 이브랜드는 “어떻게 하면 저렇게 쓴 것을 아무렇지 않게 마실 수 있는지 좀처럼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는 한국생활 3년째에 접어든 바티스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선수들을 비롯해 야구 관계자들이 너도나도 덕아웃에서 홍삼액을 마시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더니 “한국 사람들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쓴 것을 잘 먹는다”며 혀를 내두르더군요. 실제 한화에서 통역을 맡고 있는 정재혁 사원은 “얼마 전에 두 선수에게 보약을 지어 건넸는데, 한 포를 먹어보더니 도저히 못 먹겠다고 손을 들었다”고 귀띔했습니다. 사실 외국인이 한국 특유의 쌉쌀한 맛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겠죠. 하지만 체력이 고갈되는 여름을 앞두고 두 선수에게 한국 격언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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