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거센 외풍에도 베테랑·국내파 끝까지 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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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19일 07시 00분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 최강희감독 되돌아본 1년 6개월

작년 우즈벡·이란 원정 1무1패로 먹구름
호주·크로아 평가전 패배 지도력 시험대
가장 잘 아는 선수들 뽑아 힘든 여정 완주


최강희(54) 감독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임기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을 끝으로 종료됐다. 영욕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국민적 성원을 받고 출발했지만 임기 말에는 거센 비난과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과제를 안고 ‘소방수’로 나섰던 최 감독의 1년6개월을 되돌아본다.

“난 매일 제자들과 살을 맞대고 땀 흘리는 게 좋아.”

전북 현대를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명문 반열에 올려놓은 최 감독이 입버릇처럼 했던 얘기다. 하지만 시대는 때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법. 한국이 2011년 11월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레바논 원정에서 1-2 패한 뒤 대한축구협회 집행부는 조광래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그리고 새로 꺼내든 카드는 최 감독이었다.

“대표팀 체질이 아니다”며 수차례 거절했지만 결국 지휘봉을 잡았다. 국내 무대에서 ‘닥공(닥치고 공격)축구’로 숱한 화제를 뿌린 최 감독의 깜짝 등장에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최강희호는 작년 2월 쿠웨이트와 아시아 3차 예선 홈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해 최종예선에 올랐다. 초반에는 무난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금세 격랑이 불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초의 여정은 최악이었다. 5월 스페인 원정 평가전 1-4 대패 후 최종예선 1,2차전인 카타르-레바논을 내리 잡았지만 9월 우즈베키스탄-10월 이란 원정 2연전에서 1무1패로 먹구름이 꼈다. 11월 호주 평가전 0-1 패, 2월 크로아티아 원정 평가전 0-4 패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3월 카타르전을 2-1로 이겼지만 6월5일(한국시간) 레바논 원정 1-1 무승부로 순탄한 임기 말을 보장받지 못했다.

그 때마다 최 감독은 국내파와 베테랑을 중용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의 주축을 이뤄온 유럽파가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점과 전북 시절 한솥밥을 먹은 이동국을 신뢰한다는 이유로 거센 외풍이 몰아쳤다. 세대교체에 역행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여기에 전북 때보다 단조로운 대표팀 경기력도 화살을 맞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끝까지 자신의 선택을, 또 판단을 믿었다.

“애초부터 재미있는 축구를 할 상황이 못 됐다. 대표팀도, 프로팀도 치밀하고 오랜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틀을 다질 수 있다. 엔트리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을 뽑았다.”

이 세상 어떤 감독도 지기 위한 준비는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받아들일 뿐이다. 최 감독도 그랬다. 특유의 뚝심으로 최종예선을 치러냈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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