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은퇴 후 ‘멘붕’…우울증 생겼다” 고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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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박찬호. 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코리안 특급' 박찬호(40)가 은퇴 직후 우울증이 생겨 고생했다고 고백했다.

박찬호는 1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출판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1월 공식 은퇴 이후의 생활을 묻는 질문에 "은퇴하고 나서 갑자기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 우울증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날 선수생활 은퇴를 '졸업'이라고 표현했다. 박찬호는 "보통 졸업을 하면 직장을 찾고,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지 않나"라며 "지금 내가 야구선수라는 학교를 졸업하고, 야구생활 30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느낌이다. 그 논문을 토대로 이제 앞으로의 내 삶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라고 현재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은퇴 직후의 혼란에 대해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명상을 하고, 밥을 먹고, 운동을 몇 시에 하고…꽉 짜여진 일정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게 없어졌다는 건 굉장한 충격이다. 집이 22층인데, 예전에는 늘 걸어올라갔다. 중간중간 담배 냄새가 나는 층이 있어서, 코 막고 뛰어올라가기도 하고. 저는 프로운동선수니까 그런 게 정말 불쾌했었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되는 거다."

박찬호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잘 살고 있나, 야구를 좋아하긴 했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우울증이 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야구 선수는 남에게 인정받는 것에 세뇌된 직업이다. 환호받는 것에 굉장히 집착하고, 못할 때는 엄청 우울하다. 경기를 매일 하다보니까 혼자 극복해낼 정신도 없고, 하루하루 업 앤 다운이 굉장히 심하다. 그런데 은퇴는 아예 공을 놓는 거다. 다시 야구할 수 있을까, 이젠 누가 날 알아봐줄까, 더 두려워졌다."

박찬호는 "우울증을 극복한 것은 골프 덕분이다. 마인드를 컨트롤해서 공을 내가 원하는 정확한 위치로 보내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투수와 닮아서 도움이 됐다"라며 "은퇴하고 나니까, 좀더 당당하고 편안해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이날 마지막으로 한국 야구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기능적인 면에 비해 지능-지혜 측면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

"한국 선수들은 야구만 잘한다. 인간적인 면이 부족하다. 야구 기술보다는 보다 인간적인 부분에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제가 동반자가 되어드리고 싶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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