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솔직히 쫄았다…그래서 더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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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22일 07시 00분


타고난 두둑한 배짱과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배상문의 가장 큰 무기다. 2년차 징크스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진제공|발렌타인챔피언십 조직위
타고난 두둑한 배짱과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배상문의 가장 큰 무기다. 2년차 징크스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진제공|발렌타인챔피언십 조직위
■ ‘바이런넬슨 우승’ 배상문 인터뷰

상대가 상대다 보니 4타 차도 안심 못해
오히려 마지막 퍼팅은 편한 마음으로 쳐
끊임 없는 인터뷰…영어 미숙해서 진땀
어머니가 더 화제? 나도 열심히 했는데

“솔직히 쫄았다. 키건 브래들리가 쫓아올까봐 더 집중하면서 경기했다.”

미 PGA 투어 HP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배상문(27·캘러웨이)이 21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쉽지 않았던 과정에 대해 처음으로 털어놨다.

두둑한 배짱하나 만큼은 최고라던 그도 첫 우승 앞에선 긴장하며 떨었다.

배상문은 “4타 차도 안심할 수 없었다.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라며 긴박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배상문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64위까지 뛰어올랐다. 다음 목표는 6월 13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온 GC에서 개막하는 US오픈에 맞춰져 있다. 배상문은 우승 뒤 곧바로 다음 대회인 크라운 플라자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텍사스주 콜로니얼 골프장으로 이동했다. 이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해 세계랭킹 60위 안에 들어야 US오픈 출전권을 얻는다. 배상문은 이를 위해 다시 처음부터 뛰겠다고 다짐했다.

-잘 잤나. 하루가 지났는데 우승이 실감 나는가?

“어제는 마음 편히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설레던 기분이 가라앉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다음 대회를 준비할 때다.”

-키건 브래들리 추격이 무서웠다. 흔들렸나?

“4타 차라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1타라도 잃으면 쫓길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집중하게 됐다. 그러다 9번홀에서 무리를 했다. 파로 막으려고 욕심을 내다가 더블보기까지 했다. 미스샷은 빨리 잊고 다시 마음을 추슬러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어 10번홀에서는 9번홀 더블보기를 만회하려다 또 보기를 했다. 경기 내내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워낙 긴박하다 보니 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다.”

-마지막 18번홀 퍼팅을 마친 후 어떤 기분이었나?

“오히려 18번홀 퍼팅은 마음이 편했다. 편하게 치자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퍼팅했다. 파를 성공시키면서 ‘이제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월 국내 대회 출전 때 곧 우승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예감이 좋았다. 올 들어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한국, 일본에 이어 PGA 투어에서도 2년 차에 우승했는데?

“한국에서도 그랬고 일본에서도 그랬다. 2년 차가 되면 마음이 편해서인지 일이 잘 풀렸다. 이번 우승은 그동안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뿌듯하다.”

-우승 후 미국에서의 반응은?

“어제오늘 신문, 라디오 등 인터뷰가 계속됐다.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대답하느라 진땀을 뺐다. 또 TV에서 계속 우승 장면이 나오는 걸 보면서 더 겸손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아직 얼떨떨하다.”

-우승 후 어머니의 첫 마디는?

“‘장하다’라고 하셨다. 마지막 홀을 보면서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공이 하도 물 쪽으로 가다보니 마음을 졸이셨다고 했다.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아신 것 같다.”

-우승으로 어머니의 뒷바라지가 화제다?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오히려 나보다 어머니가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열심히 했는데….”(웃음)

-우승 축하를 많이 받았나?

“최경주 프로가 전화해서 ‘아주 잘했다’고 하셨다. 미국에 오면 함께 모여서 잔치를 벌이자고도 하셨다. 직접 전화까지 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계획은?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우승하고 나니 욕심이 더 생긴다. 2승도 하고 싶고 메이저 우승도 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주 열리는 대회에 집중하겠다. 멀리서 성원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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