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애덤 던, 삼진 아니면 홈런…공포의 공갈포, 걸리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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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일 07시 00분


■ 시카고 화이트삭스 ‘빅보이’ 애덤 던

4월 28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의 좌완 선발투수 맷 무어는 US셀룰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5승째를 따냈다. 5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 완벽한 4월을 보낸 무어는 이날 1회 알레한드로 데 아사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이후 6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4회 2사까지 12타자를 상대로 8개의 삼진을 잡아내자 화이트삭스 팬들의 한숨 소리는 커져갔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화이트삭스 4번타자 애덤 던(34)은 4회 2사 후 2번째 타석에서도 2B-2S로 몰렸지만, 무어의 94마일(약 151km)짜리 직구를 좌중월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올 시즌 던의 5번째 홈런. 던은 메이저리그(ML)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30일 현재 그는 아메리칸리그(AL) 타율 부문 101위에 올라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그보다 타율이 낮은 타자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애런 힉스(0.113)밖에 없다. 올 시즌 던이 친 12안타 중 무려 5개가 홈런인데, 타점은 11개에 불과하고 삼진은 30개에 이른다.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다.

198cm 129kg 거구의 불가사의한 타자
통산 홈런 411개에 삼진은 무려 2061개
일발장타 능력은 최고…고액연봉자 군림

올해도 12안타중 홈런 5개…삼진 30개
결정적 순간엔 침묵…구단·팬은 한숨만


○최고의 ‘빅보이’, 신인시절부터 눈길

KIA 최희섭은 ML에서 활약할 당시 동양인임에도 어지간한 선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던의 키는 최희섭보다도 3cm가 더 큰 198cm인데, 농구의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와 같다. 체중도 129kg나 나가 체격만 놓고 보면 ML 최고의 ‘빅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9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태어난 던은 고교 때까지 풋볼 쿼터백으로 활약했다. 야구가 부전공이었지만, 신시내티 레즈는 199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50번으로 그를 지명했다. ML 진출 대신 풋볼 명문 텍사스대학으로 진학한 그는 주전 쿼터백을 차지하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타이트엔드로 포지션을 변경하라는 요구를 받고 자존심이 상해 풋볼을 그만뒀다.

2001년 7월 21일 빅리그에 데뷔한 던은 8월에만 무려 12홈런을 때려 내셔널리그(NL) 루키로는 월간 최다 홈런 기록을 수립했다.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02년 바로 올스타에 뽑히며 화려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타율은 0.249에 그쳤지만 26홈런 71타점을 기록했다. 삼진을 170개나 당하면서도 다른 슬러거들과는 달리 볼넷도 128개나 얻어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홈런과 삼진 사이, 볼넷과 삼진 사이

2004년은 던에게 최고 시즌이었다. 자신의 생애 최다인 46홈런을 터트리며 102타점 105득점을 올렸다. 그 해 10월 1일 그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시카고 컵스전에서 마크 프라이어에게 삼진 3개를 당해 1970년 보비 본즈의 시즌 최다 삼진 기록(189개)을 뛰어 넘었다. 결국 195개의 삼진으로 시즌을 마감한 던은 2007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라이언 하워드가 이 기록을 깰 때까지 시즌 최다 삼진왕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듬해에도 던은 2년 연속 100타점, 100득점, 100볼넷, 100삼진 이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특이한 기록을 세웠다. 2004년부터 불을 뿜은 그의 홈런포는 2008년까지 5년 연속 40개 이상의 아치를 그렸다. 스윙이 큰 만큼 삼진을 많이 당했는데 2004년 34.3%, 2005년 30.9%, 2006년 34.6%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삼진 비율이 높았다.

2008년 신시내티가 구단 옵션 1300만달러를 행사해 던은 팀 내 최고 연봉자로 등극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8월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트레이드됐다. 2008년 시즌 던은 타율이 0.236으로 초라했지만 40홈런 100타점은 채웠다. 651타석에서 19.1%를 볼넷으로 채웠고, 삼진도 164개나 당했다. 볼넷 122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 삼진은 7위에 랭크된 던은 2년간 2000만달러의 조건에 합의해 2009년 워싱턴 내셔널스로 팀을 옮겼다.

○‘먹튀’ 논란 속 개인통산 400홈런 돌파

유니폼은 바뀌었어도 던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대로였다. 워낙 수비가 약해 좌익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것만이 달라진 점이었다. 워싱턴에서 2년간 76홈런 208타점을 올렸지만 삼진도 376개나 당해 팬들을 웃기고 울렸다. 다시 프리에이전트(FA)가 된 그는 2010년 12월 화이트삭스와 4년 5600만달러의 조건에 합의해 처음으로 AL로 둥지를 옮겼다. 그의 뛰어난 파워를 살려 지명타자로 쓰겠다는 것이 화이트삭스의 계획이었지만, 2011년은 던에게 생애 최악의 시즌이 되고 말았다. 시즌 초반 맹장 수술로 결장하면서 타격감을 잃더니 타율 0.159, 11홈런, 42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것. 415타수에서 177개의 삼진을 당해 화이트삭스 구단 신기록의 불명예도 안았고,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꼴찌도 그의 몫이었다.

‘먹튀’ 논란 속에 맞이한 2012년, 던은 생애 2번째로 올스타에 뽑히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전 시즌보다 30개가 많은 41개의 홈런을 뿜어내며 96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타율은 0.204로 간신히 ‘멘도사 라인’을 넘었다. 2년 연속 타율 최하위는 0.197에 그친 카를로스 페냐(탬파베이) 덕에 간신히 면했다. 반면 삼진과 볼넷 부문에선 2관왕에 올랐다. 생애 최다인 222개의 삼진을 당해 2위에 오른 커티스 그랜더슨(뉴욕 양키스)과 27개 차이를 보였다. 볼넷도 105개나 골라 2위 벤 조브리스트(탬파베이)를 8개차로 눌렀다. 타율은 저조하지만 홈런과 타점이 많으면서 최다 삼진과 최다 볼넷을 동시에 달성하는 특이한 경력이 던의 트레이드마크로 굳어졌다. 던은 지난해 의미 있는 기록 2가지를 남겼다. 8월 14일 개인통산 1000타점 고지를 넘어섰고, 5일 후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선 메이저리그 역대 50번째로 400홈런을 때렸다.

○메이저리그의 최고의 로또 타자

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2008년 말 FA 자격을 얻었을 때 던을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토론토 블루제이스 JP 리치아르디 단장은 “던은 야구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전혀 열정이 없다. 던이 토론토에서 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악평을 했다. 2008년에는 신시내티 레즈의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마티 브레나만이 경기 도중 “던은 홈런 칠 능력이 있지만 어떻게 타점을 올려야 하는지 모르는 선수”라며 “이닝을 시작하거나 마칠 때 던이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의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이라면 절대로 스카우트하지 않을 선수지만, 그의 일발장타 능력에 혹한 단장들 덕분에 던은 ML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액 연봉자로 수년째 군림하고 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던은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타자라는 점을 나도 인정한다. 매 시즌 고비가 오는데, 그 때는 내가 생각해도 한심할 정도”라고 고백했다. 또 유난히 삼진이 많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1회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설 경우 늘 홈런을 노리고 스윙을 한다. 이럴 때는 삼진을 당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주자가 득점권에 나갔는데도 삼진을 당해 팀에 기여하지 못할 때는 내 자신에 대해 매우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현역 선수 중 411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던보다 홈런을 더 많이 친 선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양키스·647개),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477개), 제이슨 지암비(클리블랜드·437개), 폴 코너코(화이트삭스·425개)뿐이다. 던의 플레이는 마치 로또와 같다. 분명히 한 방은 있지만, 결정적 순간 터지지 않는 그의 ‘공갈포’(?)를 내년까지 지켜봐야 하는 화이트삭스 구단과 팬들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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