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이재곤 “씩씩하게 공격적으로! 자신감 갖자 140km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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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0일 07시 00분


롯데 이재곤은 지난 2년간의 부진 속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 결과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서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은 장신의 잠수함투수가 올해는 뭔가를 이룰 기세다. 스포츠동아DB
롯데 이재곤은 지난 2년간의 부진 속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 결과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서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은 장신의 잠수함투수가 올해는 뭔가를 이룰 기세다. 스포츠동아DB
■ 지난 2년 부진 털고 ‘캠프 우등생’으로 우뚝, 롯데 이재곤

언젠가부터 타자가 두려워…TV 중계도 안봐
할아버지께서 “시련 없는 성공 없다”며 격려
‘생각이 많다’ 김사율 선배의 가르침도 큰 힘

남들 의식 않고 5선발 목표로 피칭에만 집중


롯데 이재곤(25)은 잠재력이 풍부한 언더핸드 투수다. 롯데의 일본 가고시마 2차 스프링캠프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투수다. 볼도 빨라졌고 싱커가 다시 살아났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당당해진 모습이 눈에 띈다. 그는 2010년 8승을 올리며 이름을 알렸다. 192cm의 큰 키와 싱커를 앞세운 피칭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최근 2년간 부진했다. 2011년 3승5패, 방어율 6.35에 그친 데 이어 지난해는 8경기에 등판해 1승도 신고하지 못했다. 그래도 암울했던 지난 2년을 보내면서 투수로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얻었다.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게 던지는 것과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한다’는 깨우침이다. 가고시마 캠프에서 그의 표정은 밝다. 모두가 그를 가고시마 캠프 최고의 선수로 꼽는다. 지난 2년의 아픔을 털고 올해 높이 한번 날아볼 기세다.

○가고시마 캠프 최고의 선수!

-캠프에서 많은 사람에게 물었다. 누가 가장 인상적인가? 한결같이 이재곤이 좋다고 한다.

“그저 감사할 뿐이죠. 좋게 봐주셔서.”

-어떤 점이 어필한 것일까?

“하나를 꼽자면 공을 던지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캠프에서 제가 꼭 완성하고 싶은 게 공격적 피칭이었거든요.”

-그동안은 소극적이었나?

“엄청 소극적이었죠. 부끄러울 정도로.”

-어떤 모습에서 그런 생각을 했나?

“제가 2년 동안 성적을 못 냈잖아요. 왜 그렇게 부진한지 비디오를 많이 봤죠. 그런데 보면서 ‘도저히 타자를 이길 수가 없었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도저히 못 이긴다?

“네. 마운드에서 움츠리고 기가 죽어서 던지는 제 모습을 봤거든요. 그런 표정으로, 그런 모습으로 어떤 타자를 이기겠어요?”

-그래서 캠프 목표를 자신감 있는 피칭으로 정한 건가?

“그런 모습이 안 되면 이길 수 없으니까요.”

-얼마 전 세이부 라이언스와의 연습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을 했다.

“조금은 만족스러웠어요. ‘마운드에 올라가서 씩씩하게 공격적으로 던지자’, 그것 하나만 생각했거든요.”

-구위는 어떤가?

“최고 스피드가 140km까지 나왔어요. 싱커와 커브도 완성은 아니지만 좋아졌고요.”

-올해는 기대해봐도 되겠구나?

“잘하면 좋죠. 하지만 성적은 당분간 생각 안하고, 제가 스스로 믿을 수 있는 제 자신을 만드는 데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롯데의 4∼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2년 동안 제가 캠프에서 엉뚱한 생각을 했어요.”

-엉뚱한 생각?

“네. ‘4선발은 누가될까?’, ‘5선발은 누가될까?’, 그런 거죠. ‘누구공이 좋더라’, ‘누가 컨디션이 좋다’, ‘누가 한발 앞서간다’, 그런 것들이요. 남을 의식하다 제 연습을 잘 못한 것 같아요.”

-올해는 다른가?

“올해는 분명 지난 2년과 제 모습이 다르죠. 김사율 선배의 한마디 가르침이 큰 교훈이 됐거든요.”

-룸메이트잖아?

“네. 사율 선배가 이런 말을 해줬어요. ‘재곤아! 네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라. 너는 네가 컨트롤할 수 없는 다른 많은 일들을 신경 쓰고 있다. 그게 너의 큰 단점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딱 맞는 거예요. 제가 진짜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거든요.”

-부정적 생각도 많을 테고.

“그렇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바깥쪽 직구를 던지는 일인데, ‘지금 안타 맞으면 교체되겠지?’, ‘커브를 던지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상태에서 좋은 공을 던질 수가 없는 거죠.”

-그래도 1군에서 선발로 던지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

“저만 당연한 건 아니죠. 5선발을 노리는 형들 마음도 다 똑같잖아요. 5선발을 결정하는 것은 감독님이고, 제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그냥 씩씩하게 마운드에서 고개 들고, 상대 노려보고, 던지는 것만 신경 쓰려고요.”

○어떤 공을 던지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2010년 이재곤의 싱커는 대단했다. 치면 땅볼이었으니까.

“2010년은 좋았죠. 하지만 그때 저는 완성된 투수가 아니었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2010년과 그 이후 2년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싱커가 안 떨어지던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언제부터인가 타자가 두려워지고 도망가기 시작하는 저를 발견했죠. 싱커를 살리기 위해 커브 연습을 많이 했는데 잘 안됐어요. 138km가 나오던 직구가 135km를 넘지 못했고,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기가 무서워졌죠.”

-어떤 점이 힘들었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야구를 좋아하시는데 우선 두 분께 죄송했어요. 2군 시합 마치고 집에 가면 TV 중계를 하잖아요. 처음에는 안 봤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재곤아, 시련 없는 성공은 없다’며 TV 중계를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중계를 보면서 느낀 것은 무엇이었나?

“예전에는 ‘공 좋다’, ‘잘 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똑같은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던질 것인가?’, 그런 마음으로 봤어요. 그렇게 보니까 결국 어떤 공을 던지느냐, 어느 코스에 던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게 어떤 마음으로 던지느냐라는 걸 알았죠.”

-캠프에서 정민태 코치에게 혼난 적이 있다면서?

“피칭을 하는데 처음에는 100%로 안 던지잖아요. 슬슬 던지다가 세게 던지는 게 몸에 배어서. 그걸 지적하셨어요.”

-처음부터 세게 안 던져서?

“그렇죠. ‘피칭의 시작은 게임의 시작인데, 어떻게 그런 느슨한 공을 던지는냐’는 거죠. ‘포수가 앉으면 바로 전력투구, 공격적 피칭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항상 1회가 위기가 된다’고 하셨죠.”

○한계에 부딪혔을 때 시작하는 게 도전이다!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 것 같다.

“네. 조금은요. 하지만 아직 멀었죠.”

-2년의 부진이 이재곤을 많이 성장하게 한 것 같다.

“제가 경찰청에 있을 때 정말 너무 안 돼서 눈물을 펑펑 흘린 적이 있거든요. 그 순간은 방법이 안보였어요. 지난 2년도 그랬어요. 어떻게 내 공을 찾을지, 자신감을 찾을지 정말 괴로웠죠.”

-그런데?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저를 밑바닥에 내려놓고 하나하나 체크하는 거죠. 한계라고 생각되는 순간에 포기하면 끝이잖아요. 진짜 도전은 한계에 부딪혔을 때 하는 거라고 들었어요.”

-그런 생각들을 주위에서도 다들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네가 캠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것 같아. 올해 목표는?

“1군에 올라가서 던지는 거죠. 그리고 제가 스스로 인정하는 투수가 되는 겁니다. 마운드에서 도망가지 않고 공격적으로 싸우는 투수. 그리고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투수가 될 겁니다.”

이재곤은?

1. 생년월일=1988년 11월 24일
2. 키·몸무게=192cm·100kg(우투우타)
3. 출신교=사직초∼사직중∼경남고
4. 프로 입단=2007신인드래프트 롯데 1차지명·입단
5. 2013년 연봉=5300만원
6. 2012년 성적=8경기(7.2이닝 투구) 방어율 9.39
7. 통산 성적=69경기(188.1이닝) 11승8패2홀드1세이브 방어율 5.02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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