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축구바보’ 없는 축구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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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축구인이라면 유망주를 발굴해 칭찬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보호하며 큰 재목으로 키워야 합니다. 저도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

1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25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은 대상을 받은 이상재(13·성남 중앙초6) 등 수상자들을 모두 꼭 안아주며 활짝 웃었다. 차 감독은 “박지성(퀸스파크레인저스)과 기성용(스완지시티), 이동국(전북) 등 상을 받은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어 참 기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애국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차 감독의 유별난 유소년 축구사랑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 신드롬을 일으킨 차 전 감독은 귀국한 뒤 1988년 이 상을 제정했고 국내 처음 ‘축구교실’을 만들어 유망주를 키우는 데 힘써 왔다. 지금은 축구선수 출신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축구교실이 많지만 당시엔 차 전 감독이 유일했다. 잘 짜인 독일 유소년 시스템이 최강 ‘독일 전차’를 만들었다는 판단하에 귀국하자마자 ‘차범근축구교실’을 만들어 30년 가까이 유소년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차 전 감독은 한눈팔지 않는다. 축구 발전을 위해 옳다고 믿으면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해도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는다.

시상식을 지켜보며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축구인들은 지난달 끝난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때 ‘돈’을 뿌리는 후보에게 휘둘리며 갈라진 모습을 보였다. 선거가 끝난 뒤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서로 삿대질하는 후유증도 앓고 있다. 한 대의원은 선거 뒤 ‘배신자’ ‘우린 다시 보지 맙시다’ 등 문자와 협박성 전화에 시달려 휴대전화를 한동안 꺼놓고 지내기까지 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협회 일부 인사가 ‘축구야당’을 자처하는 인사에게 줄을 선 것 때문에 협회 직원들도 제대로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축구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축구보다는 자신들의 이익만 좇는 형국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2012년 런던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획득 등 축구 실력은 업그레이드되고 있는데 축구 문화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축구인들’이 차 전 감독처럼 축구에만 전념하는 문화가 곧 선진 축구문화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차범근축구상#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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