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배구 할 맛 난다니 지원할 맛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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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0일 07시 00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는 배구단에 네이밍스폰서를 하면서 ‘러시앤캐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배구단 운영의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정길호 부사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는 배구단에 네이밍스폰서를 하면서 ‘러시앤캐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배구단 운영의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정길호 부사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V리그 ‘돌풍의 핵’ 러시앤캐시 정길호 부사장

2012∼2013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전반기 최대 이슈는 러시앤캐시의 돌풍이다. 3라운드에서의 약진은 놀라울 정도다. 대한항공,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등 강팀들을 연달아 꺾고 4승1패를 기록했다. 3라운드만 놓고 보면 리그 선두 삼성화재(3승2패) 보다 더 많은 승수를 쌓았다. 이는 단순한 돌풍이 아니라 이제 상위권 팀들과 충분히 경합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력이 향상됐다는 의미다. 선수들이 지닌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도록 팀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앤캐시의 정길호(47) 부사장을 만났다.

단발성 스폰서십에 거금 17억원 선뜻
섬세한 감성 지원…선수들 진정성 공감

“인수 문제? 타 구단 입장도 고려해야
우리보다 더 좋은 기업 나선다면 환영”


○든든한 스폰서십 효과

러시앤캐시가 모기업을 잃고 겉돌던 미운 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자신감’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 인수문제와 감독과의 불화 등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선수들의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이를 바로 잡은 주인공은 김호철 감독이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더불어 네이밍스폰서 러시앤캐시의 든든한 지원도 한몫했다.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8월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던 네이밍스폰서십에 17억원을 투자해 해체와 존속의 기로에 섰던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물론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네이밍스폰서십에 참여하는 데 일부 선입견이 있었고, 러시앤캐시도 단발성 스폰서십에 거금을 투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정 부사장은 “러시앤캐시는 배구단 지원 이전부터 남들이 잘 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스포츠분야에 꾸준히 지원해왔다. 네이밍스폰서십 역시 프로배구의 활성화라는 취지에 공감해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감성까지 배려한 진정성

“배구 할 맛 납니다. 구단 인수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정 부사장은 선수들과 회식 자리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회사의 진정성을 느끼고 받아들여준 것”이라고 했다. 또 러시앤캐시는 네이밍스폰서의 한계를 넘어 여타 구단이 하지 못한 섬세한 감성 지원으로 선수들을 감동시켰다.

러시앤캐시 최윤 회장은 전반기 내내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승리 수당도 파격적으로 제시했다. 승리시마다 1000만원, 특히 지역 라이벌 현대캐피탈전에 승리하면 2000만원을 지원했다. 명절 때는 회사 VIP들에게 발송하는 선물세트를 모든 선수들에게도 줬다. 전 사원 워크숍에 선수들을 초대해 기업과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선수들의 경조사까지 직접 챙겼다. 지난 주 첫 딸을 얻은 강영준(레프트)에게는 축하 선물을, 최근 외조부상을 당한 김정환에게는 회사 직원에 준하는 경조금과 경조 물품을 보냈다. 또 선수들이 외박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영화 관람 티켓과 스포츠 팔찌를 선물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겼다. 배구팬을 위한 이벤트도 활발히 진행했다. 사인볼, 응원 티셔츠, 모자 등을 제작하는 데만 4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 모든 노력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러시앤캐시 구단 인수 가능성은?

올 시즌 전반기에 보여준 성장 가능성은 모기업 찾기에도 탄력을 불어넣었다. 아산시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러시앤캐시도 마찬가지다. 이제 서둘러 모기업을 찾아야 하는 절박함 보다는 배구단 운영에 진정성을 지닌 기업을 찾는 것이 과제다. 정 부사장은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로배구 발전과 선수들을 위한 진정성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다. 우리 역시 그런 자격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단 인수 문제는 인수 주체의 의지는 물론 나머지 구단과의 협의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러시앤캐시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 부사장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보다 더 좋은 기업이 인수에 나선다면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멋진 경기를 펼치기를 바라며 묵묵히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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