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 몬타뇨”

  • 동아일보

최고 용병 떠난 인삼공사 작년 챔피언서 꼴찌 추락
남자부 KEPCO도 동네북

결과가 뻔한 경기라면 흥미를 끌 수 없다.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KEPCO와 여자부 인삼공사의 경기가 그렇다. 중위권 순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상대 팀들의 승수 쌓기 제물 역할만 하고 있다.

KEPCO와 인삼공사는 18일 각각 삼성화재와 현대건설에 0-3으로 완패하면서 8연패, 7연패에 빠졌다. 전체 일정의 3분의 1을 넘게 소화했지만 KEPCO는 1승 11패, 인삼공사는 1승 10패로 나란히 1승씩 챙기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2위 싸움을 벌이며 돌풍을 일으켰던 KEPCO는 2월 프로배구 승부조작 파문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건에 연루된 공격수와 세터 등 주전 4명이 팀을 떠났다. 초반에 승수를 쌓아둔 덕분에 지난 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그나마 1라운드에서 첫 승을 안겨줬던 러시앤캐시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언제 2승째를 올릴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트시즌 티켓이 4개에서 3개로 줄어들어 막판까지 순위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점도 KEPCO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다. 프로배구 남자부 역대 최저 승률은 2006∼2007시즌 상무의 0.067(2승 28패)이지만 상무는 아마추어 팀이었다. KEPCO는 2005∼2006시즌 승률 0.086(3승 32패)에 그친 적이 있지만 역시 외국인 선수가 없고 신인 드래프트에도 참가할 수 없는 아마추어 팀이었다. KEPCO는 2009∼2010시즌부터 프로 팀으로 뛰었다.

역대 최고의 여자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던 몬타뇨가 떠난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에서 꼴찌 팀으로 추락했다. 인삼공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장신(197cm) 드라간을 영입했지만 아프다는 핑계로 태업을 계속하다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채 퇴출됐다. 베테랑 센터 듀오 장소연과 김세영, 그리고 노장 공격수 한유미가 올 시즌을 앞두고 한꺼번에 은퇴한 공백도 여전히 크기만 하다. 그나마 인삼공사는 드라간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온 케이티가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하고 있어 KEPCO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케이티는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51%에 양 팀 최다인 28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남자부의 경우 KEPCO와 함께 ‘2약’이었던 러시앤캐시가 중위권 합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과 달리 여자부는 ‘2약’ 흥국생명이 여전히 2승 9패로 부진하다는 것도 꼴찌 탈출을 노리는 인삼공사에는 희망적인 일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