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마법사’ 인천 김봉길 감독의 빛나는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일 03시 00분


5무4패 팀,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20경기서 단 1패
하위리그 유일 최우수 감독상 후보

‘프로축구 인천의 상위 리그행(行)을 위해!’ 시즌 초반 리그 바닥을 헤매던 인천을 ‘하위 리그 최강자’로 탈바꿈시킨 김봉길 감독이 왼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포즈를 취했다. 그는 “비시즌 동안 조직력을 다듬어 다음 시즌에는 상위 리그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프로축구 인천의 상위 리그행(行)을 위해!’ 시즌 초반 리그 바닥을 헤매던 인천을 ‘하위 리그 최강자’로 탈바꿈시킨 김봉길 감독이 왼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포즈를 취했다. 그는 “비시즌 동안 조직력을 다듬어 다음 시즌에는 상위 리그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초짜 감독이 최우수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K리그 인천의 김봉길 감독(46)은 3일 열리는 ‘2012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하위 리그 감독 중 유일하게 최우수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4월 11일 허정무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퇴해 인천의 수석코치로 있다 갑작스레 사령탑에 오른 그는 약체 인천을 하위 리그 1위(전체 9위)에 올려놓은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은 “상에 욕심은 없다. 내년에 더 잘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며 수줍어했다.

김 감독이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뒤 인천은 9경기 연속 무승(5무 4패)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는 선수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즌이 끝나는 순간 우리는 최고가 돼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는 8년간 프로 팀 코치로 지내며 비난보다 격려가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밖에 못하느냐”고 질책을 받은 선수는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한 선수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훈련에 적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프로 선수는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자신이 알고 있다. 칭찬을 많이 해 스스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이런 지도법은 효과가 있었다. 그의 말을 믿기 시작한 선수들은 “우리도 강팀이 될 수 있다”며 서로를 다독였다. 탄탄해진 팀워크는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결국 인천은 상주(6월 23일·1-0 승)를 꺾고 무승의 고리를 끊은 데 이어 우승 후보 FC 서울(7월 15일·3-2 승)까지 격침했다. 김 감독도 7월 16일 정식 감독이 되는 기쁨을 맛봤다.

“나이 든 선수는 체력은 떨어지는 대신 노련미가 있어요. 젊은 선수는 투박하지만 많이 뛰어다니죠.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가 없다면 함께 뛰게 해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 됩니다.” 그의 말대로 인천은 김남일(35)을 비롯한 베테랑의 노련함과 남준재(24) 등 신예의 패기가 어우러져 8월 이후 열린 리그 20경기에서 12승 7무 1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일부에선 대부분 하위 리그에서 경기를 치러 가능한 성적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우승 경쟁’ 못지않게 ‘강등권 탈출 싸움’도 치열하다”며 “선수들의 실력이 저평가되는 것 같아 아쉽다.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상위 리그에 남아 경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차지한 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인천이 상위 리그에 남았으면 골치 아팠을 것’이라고 전했다”며 웃었다. 더 강해지겠다는 의욕이 묻어났다.

인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봉길 감독#인천#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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