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엇박자…신정자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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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7시 00분


KDB생명의 대들보 신정자가 26일 구리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전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신정자는 여전히 최고 기량을 과시하고 있지만 팀 성적이 좀처럼 따라주지 않고 있다. 구리|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KDB생명의 대들보 신정자가 26일 구리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전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신정자는 여전히 최고 기량을 과시하고 있지만 팀 성적이 좀처럼 따라주지 않고 있다. 구리|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남녀 최초 3연속경기 ‘트리플더블’ 영예 불구
KDB, 용병 경기력 문제로 하위권 맴돌아 충격
휴일 반납 바흐 적응력 돕기…부상에 이마저도


KDB생명 신정자(32)는 명실상부하게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최고 선수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올 시즌에도 그녀의 위용은 여전하다. 10월 26일 KB국민은행전(13점·17리바운드·11어시스트)∼10월 28일 삼성생명전(13점·11리바운드·10어시스트)∼11월 3일 삼성생명전(16점·15리바운드·10어시스트)의 3경기에서 연속으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국내 남녀프로농구를 통틀어 3연속경기 트리블더블은 신정자가 최초였다.

그러나 요즘 신정자의 표정은 밝지 않다.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자신과 달리 팀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자라는 최고의 센터에 슈터 한채진, 가드 이경은을 보유한 KDB생명은 개막 이전 신한은행을 위협할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29일 현재 5승8패에 그치고 있다. 5할 승률마저 버거운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KDB생명은 예년과 같은 조직력을 상실했다. 외국인선수 비키 바흐의 가세 이후로 조직력 문제는 더욱 크게 드러났다. 이전까지 팀의 포스트를 홀로 책임졌던 신정자는 바흐와 움직임을 양분해야 했다. 조화를 이룬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바흐는 프로경력이 짧은 데다 외국생활이 처음이다. 곧바로 새 팀에 녹아들만한 적응력과 노련미를 갖추지 못했다. 이옥자 감독은 눈앞에 직면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다.

결국 신정자가 직접 바흐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섰다. 그는 휴식일에도 바흐와 함께 체육관에 나가 훈련에 임했다. 하루라도 빨리 서로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신정자의 노력으로 바흐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26일 우리은행과의 경기 도중 바흐는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넘어진 바흐를 바라보는 신정자의 표정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병원 검진 결과 무릎 연골 부분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바흐는 당분간 출전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교체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휴일마저 반납하고 호흡을 맞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다. 농구여왕의 ‘울고 싶은’ 2012년 겨울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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