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파이터 육진수 “아들에 승리 선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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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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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 ‘로드FC 10’ 출전

‘울보 파이터’ 육진수(오른쪽)가 둘째아들 지우를 안은 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육진수는 기도협착증을 갖고 있는 아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기 위해 24일 링에 오른다. 육진수 제공
‘울보 파이터’ 육진수(오른쪽)가 둘째아들 지우를 안은 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육진수는 기도협착증을 갖고 있는 아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기 위해 24일 링에 오른다. 육진수 제공
‘울보 파이터’ 육진수(36·일산 팀맥스)가 아들에게 승리의 선물을 안기기 위해 다시 한 번 링에 오른다.

“나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링에 오를 날이 많지 않다.” 30대 중반을 넘긴 육진수는 “시간이 갈수록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커진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지켜줘야 할 가족, 그중에서도 둘째아들 지우를 생각하면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고 했다. 두 살배기 지우는 기도협착증을 갖고 태어났다. 그래서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한다. 음식도 튜브를 끼운 코로 흡입하는 날이 많았다. 지금까지 받은 수술만 열 번이 넘는다.

육진수는 격투기 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 파이터다. 일본의 중소 격투기 단체 CMA 93kg 이하급 챔피언 타이틀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격투기보다 노래로 이름을 더 많이 알렸다. 8월 지우를 위해 출연한 케이블채널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4’에서 박상민의 ‘해바라기’를 눈물을 참아가며 불러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코끝이 빨개지게 만들었다. 그는 “지우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대신 목청껏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출연 후 출전한 9월 로드FC 9 대회에서 1라운드에 맥없이 기권패를 당했다. “나이가 들면 힘이 빠지는 건 진리다. 젊은 선수들한테 얻어맞다 하나둘씩 은퇴하는 게 이 바닥이다. 지우는 내가 격투기선수라는 걸 아직 모른다. 그래도 나는 아들을 위해 이기고 싶다.”

겉모습과 달리 육진수는 눈물이 많은 남자다. 영화를 보다가, 라디오에서 청취자의 사연을 듣다가도 울 때가 있다. 어릴 때부터 누나 둘 틈에서 자라 그런지 마음이 여리고 섬세한 편이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다시 내리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부드러운 남자다. 그냥 타셔도 된다”며 멋쩍어 했다.

부드럽고 눈물이 많은 파이터 육진수는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대회 로드FC 10 라이트헤비급에 출전해 일본의 가나메 오오와키를 상대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울보 파이터#육진수#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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