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윤, 대회도 역전 인생도 역전… KLPGA 마지막대회 ADT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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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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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부진 씻고 ‘올해의 선수’로
상금왕-김하늘, 신인왕-김지희

양제윤은 ‘오뚝이 골퍼’다.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출전을 포기했다. 그해 프로로 전향했지만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17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KLPGA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KLPGA 제공
양제윤은 ‘오뚝이 골퍼’다.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출전을 포기했다. 그해 프로로 전향했지만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17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KLPGA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KLPGA 제공
양제윤(20·LIG손해보험)은 전형적인 ‘박세리 키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01년 박세리(35·KDB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TV로 보고 부모를 졸라 골프를 시작했다. 그는 대전체고 시절 국가대표 에이스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이며 기대주로 성장했다.

그런 그에게 2010년 열린 광저우 아시아경기는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실력대로라면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경기에 출전해야 했다. 그러나 아시아경기가 열리기 얼마 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프로 전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쟁쟁한 선수가 즐비한 프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쉽지 않았다. 양제윤은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2부 투어에서 평범한 성적에 그쳤다. 지난해 1부 리그에 올라와서도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1년 내내 받은 상금은 7300여만 원에 그쳤다.

양제윤은 “적지 않은 액수로 보일 수도 있지만 대회 경비를 대기에도 벅찼다”고 했다. 극심한 마음고생을 하면서 그는 ‘올해 한 시즌만 더 뛰어보자’고 다짐했다. “아마추어 때 잘하다가 프로에 와서 조용히 사라지는 선수가 많아 내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대로 사라질 수 없다는 자존심으로 버텼다.”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은 잠자던 그의 잠재력을 일깨웠다. 시즌 초반부터 여러 차례 우승권에 접근하더니 8월 열린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경기 후 “빼앗아서라도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던 그는 17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마저 제패하면서 ‘올해의 선수’에게 주는 대상을 받게 됐다. 1년 사이에 인생역전을 이룬 것이다.

그의 인생만큼 이날 역전도 극적이었다. 15번홀까지 양제윤은 선두 김자영(21·넵스)에게 2타 차로 뒤지고 있었다. 16번홀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따라붙었지만 여전히 김자영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17번홀(파3)에서 김자영이 티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리며 2타를 잃는 사이 양제윤은 버디로 1타를 줄이며 역전에 성공했다. 양제윤은 “일본이나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 욕심이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올 시즌 상금왕은 4억5890만 원을 번 김하늘(24·비씨카드)이 차지했다. 그는 평균 타수에서도 71.55타로 1위를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상금왕에 오를 수 있었던 김자영은 다승왕(3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지희(18·넵스)는 신인왕으로 결정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제윤#KLPGA#A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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