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만들면 다르다… 주목받지 못했던 용병 레오, 뚜껑 열자 가빈 못잖은 괴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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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약해” “검증 안된 선수”
신치용 감독, 체중 불리고 정신력 키우고 ‘거포 만들기’ 성공

“레오를 본 소감요? ‘멘털 붕괴’(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잘한다는 뜻)네요.”

삼성화재의 쿠바 출신 외국인 선수 레오(22)의 활약을 본 프로배구 감독들의 반응이다. 레오는 3일 KEPCO와의 경기에서는 51득점, 6일 우승후보 LIG손해보험을 상대로는 36득점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은 “레오가 지난 시즌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가빈(러시아리그 진출) 못지않게 강해서 놀랐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복이 있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

레오는 2009∼2010년 배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쿠바는 자국 선수가 대표팀에서 일정기간 뛰지 않고 바로 외국으로 나가면 2년 동안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의무적으로 봉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레오는 2009년 대표팀을 뛰지 않고 푸에르토리코로 건너가면서 ITC를 발급받지 못했다. 레오는 지난해에야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레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높이와 탄력은 좋은데 파워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 206cm에서 나오는 높이와 쿠바인 특유의 탄력은 일품이지만 몸무게가 78kg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초 레오와 접촉했던 한 구단 관계자는 “레오 측에 입단 테스트를 제의했는데 비자 발급이 늦어져 포기했다. 테스트를 하지 않고 바로 영입할 정도로 검증된 선수는 아니었다”고 했다.

레오는 8월 말에야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그는 시즌 개막에 앞선 연습경기까지만 해도 평범해 보였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폭발적인 스파이크와 안정된 리시브를 선보이며 가빈을 뛰어넘는 ‘괴물’로 변신했다. 다른 팀 감독은 넋을 잃었다.

신치용 감독은 단기간에 ‘레오 만들기’에 성공했다. 우선 레오의 체중을 7kg 불려 힘을 키우도록 했다. 여기에 “훈련을 게을리하면 언제든 방출할 수 있다”고 말하며 배구에 집중하도록 유도했다. 레오는 스물두 살이지만 아내와 두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여서 한국무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가빈이라는 큰 그림자도 자존심 강한 레오를 자극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레오의 괴력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삼성#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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