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장원삼 “0.69 집중력 승부 나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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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7일 07시 00분


2012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삼성 장원삼이 아시아시리즈 정상 재등극을 위해 다시 한번 역투를 다짐하고 있다. 장원삼이 ‘한국 다승왕’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2012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삼성 장원삼이 아시아시리즈 정상 재등극을 위해 다시 한번 역투를 다짐하고 있다. 장원삼이 ‘한국 다승왕’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정규리그땐 상상 조차 힘든 집중력 생겨
17승 다승왕·KS 2승…내 생애 최고의 해
MVP 욕심 냈었지만 그래도 승엽형이 맞죠
亞시리즈 결승전, 이 느낌 이대로 꼭 우승
내년 목표요? 15승·2점대 방어율!


삼성 장원삼(29)에게 2012년은 생애 최고의 해다.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거두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정규시즌에는 17승으로 생애 첫 다승왕에 등극했다. 올해 그는 예년보다 훨씬 강해졌다. 슬라이더가 예리해졌고, 서클체인지업으로 타자를 현혹시켰다. 한국 시리즈에서 그가 던전 13이닝은 거의 완벽할만큼 대단했다. 2012아시아시리즈(8~11일·사직구장) 결승에서 만날 일본 최고의 명문 요미우리와의 대결이다. 지난해 그는 이 대회 결승에서 일본 소프트뱅크를 꺾고 승리투수가 됐다. 장원삼이 요미우리전에서 또 한번 팀을 아시아 정상으로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6차전 94구! 공 하나도 후회가 없다!

-먼저 한국시리즈 우승 축하한다. 또 다승왕 수상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올핸 최고의 한해인 것 같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했다. 13이닝동안 방어율이 0.69야. 안타를 3개밖에 안 맞았어.

“야구하면서 가장 집중해서 던진 것 같아요. 공 하나하나를 던질 때마다 페넌트레이스에선 상상하기 힘든 집중력이 생기더라고요.”

-6차전에선 7회까지 최정에게 단 1안타만 맞았다.

“6차전에서 94개를 던졌는데, 어떤 공 하나도 후회되지가 않았어요. 항상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공 몇 개, 많을 때는 7∼8개까지도 아쉽고 후회되는 게 보통인데, 그날은 모든 공이 좋았어요.”

-2차전 1회 2사 만루를 제외하면 특별한 위기조차 없었다.

“선두타자 (정)근우 형을 플라이로 잡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근우 형이 내 공에 밀리더라고요. 2사 후에 최정에게 2루타를 맞았는데 선취점 주기가 싫었죠.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가 됐는데 솔직히 (박)정권이 형까지 생각하고 던졌어요. 남들은 위기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저는 위기의식 크게 없었어요.”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 욕심도 있었을 것 같은데….

“조금은요. 근데 승엽이 형이 받는 게 맞죠. 투수는 저도 잘했지만, (윤)성환이 형도 2승을 했잖아요. 1차전과 5차전 진짜 중요한 게임을 성환이 형이 잡아줘서 저는 편안한 마음으로 던졌죠.”

-13이닝 가운데 10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어떤 점이 가장 좋았을까?

“슬라이더죠. 제 슬라이더가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또 컨트롤도 더 정교해졌고요. 전력분석팀 도움도 컸죠. 상대 타자를 완전분석하고 들어갔어요. 내가 이기는 볼 배합을 타자마다 만들어놓고, 저는 올라가서 계획대로 실천한 거죠.”

-4차전에서 2승2패가 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

“정말 힘들었어요. 뭔가 짓누르는 중압감과 가라앉은 분위기.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우승한 순간은 어땠나?

“솔직히 지난해 우승할 때만큼 좋지는 않더라고요. 지난해는 우승후보가 아니었던 저희 팀이 우승을 했고, 저도 생애 첫 우승이었고. 올해는 모두가 우승후보라고 했기에 ‘우승을 못하면 어떡하나’, 솔직히 그런 부담이 컸어요. 제가 2승을 했는데도 감동은 지난해가 더 컸죠.”

○요미우리와 결승전 선발입니다!

-아시아 시리즈가 또 있다. 지난해 우승도 했고.


“올해 저희 팀 목표가 2년 연속 3관왕입니다.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까지 우승하는 거죠.”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에서 MVP가 됐잖아?

“결승전에서 소프트뱅크를 잡았죠. 그때 MVP 수상이 제 생애 첫 트로피였습니다.”

-요미우리와 결승전이 예상되는데 준비는 잘 되나?

“한국시리즈 다음날 감독님이 결승전 준비하라고 하셨어요. 몸 상태 좋고, 자신감도 있고, 최대한 집중해서 던질 겁니다.”

-아무래도 이승엽이 요미우리 출신이니까 도움이 많이 되겠다.

“예. 벌써 정보 많이 얻었고요. 승엽이 형도 요미우리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하더라고요. 또 한국시리즈에서 제게 좋은 결과를 준 세계 최강 전력분석팀을 믿습니다.”

○저 올해 야구 많이 늘었어요!

-17승으로 올해 다승왕이 됐다. 장원삼의 피칭이 한 단계 발전한 느낌인데….


“저 올해 야구 많이 늘었어요. 먼저 슬라이더가 예전보다 더 빠르고 예리해졌어요. 직구와 똑같은 스피드로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게 됐죠.”

-슬라이더는 원래 잘 던졌잖아?

“잘 던졌다기보다는 좀 던진 거죠. 윤석민(KIA)이나 김광현(SK)처럼 최고 슬라이더는 아니었죠. 석민이와 슬라이더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도움이 됐어요.”

-서클체인지업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이죠. 하지만 제 서클체인지업은 아직 70점 정도예요. 좋았다, 안 좋았다 합니다. 한국시리즈 2차전 때 1회를 마치고 덕아웃에 왔는데, 오치아이 코치가 ‘원삼, 오늘 체인지업은 안 좋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2회부터는 안 던졌어요. 내년에는 좀더 발전된 체인지업을 던져야죠.”

-언젠가 제구력이 지난해보다 좋아졌다고 했는데…. 항상 제구력이 좋은 투수 아니었나?

“제가 그런 것 같아요. 괜찮지만, 그렇다고 최고는 아닌 투수. 직구 괜찮지만 최고 직구는 아니고, 슬라이더와 제구력 괜찮지만 역시 최고는 아닌 투수. 그런 틀에서 벗어난 느낌이에요. 직구, 슬라이더, 제구력의 전체 레벨이 좀더 올라간 느낌입니다.”

○내년 목표는 2점대 방어율과 15승!

-내년에 FA(프리에이전트)가 된다.


“정말 중요한 한해죠. 진짜 FA도 되고, 한국시리즈 3연패도 있고, 다승왕을 했으니까 걸맞은 성적도 내야하고, 홀수해 징크스도 깨야 하고….”

-생각해둔 목표가 있나?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두 가지는 정했어요. 15승과 2점대 방어율.”

-좋다! 선발투수라면 누구나 꿈꿀 성적이다.

“최근에 2년 연속 15승을 한 투수는 류현진(한화)과 리오스(전 두산)밖에 없더라고요. 좋은 팀에 있을 때 꼭 해보고 싶고, 2점대 방어율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어요.”

-홀수해 징크스는 항상 신경이 쓰였나?

“그럼요. 내년에는 꼭 깨야죠. 아시아시리즈 끝나면 좀더 빠르게 내년 준비를 하려고요.”

-연습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가?

“아니요. 저는 연습벌레 스타일은 아니죠. 해마다 12월은 휴식한다며 놀았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준비를 좀더 착실히 할 생각입니다. 이젠 제가 조금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팀에서 뛰고 있어 행복합니다!

-내년에 꼭 듣고 싶은 말 하나를 꼽는다면?

“음…. 이닝이터 장원삼!”

-한국시리즈처럼?

“그렇죠. 선발투수는 역시 많은 이닝을 던질 때 빛이 나는 것 같아요. 그런 투수들이 부럽기도 하고요.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해야죠.”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한 이닝에 공 하나 줄이면 1이닝을 더 던질 수 있으니까요.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높이고, 승부를 한 템포 빨리하고, 좀더 집중하고. 충분히 될 것 같아요.”

-올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승운이 많이 따랐죠. 전반기 타선의 지원이 없었다면 다승왕은 나이트(넥센)가 받았겠죠. 좋은 팀에서 야구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요미우리와의 결승전을 가정해서 한마디.

“한일전이잖아요. 이겨야죠. 거기에다 요미우리는 일본을 상징하는 팀이고요. 한국시리즈 이상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던지겠습니다.”

삼성 장원삼은?

▲생년월일=1983년 6월 9일
▲키·몸무게=181cm·81kg(좌투좌타)
▲출신교=사파초∼신월중∼용마고∼경성대
▲프로 경력=2002신인드래프트 현대 2차 11번(전체 89순위) 지명·입단, 2010년 삼성 이적
▲2012년 연봉=2억2500만원
▲2012년 성적=27경기 17승6패1홀드 방어율 3.55(157이닝 127탈삼진)
▲국가대표 경력=2006도하아시안게임 동메달,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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