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게임의 달인 김대섭 제대후 6대회서 두 번 우승
“오차범위 5야드 안으로 드라이버 샷 날릴 자신” 생애 첫 상금왕 도전장
군 제대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대섭(31·아리지GC)이 19일 한국오픈 2라운드 16번홀에서 멋진 벙커샷을 날리고 있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상금랭킹 2위로 뛰어오른 그는 25일 개막하는 윈저 클래식에서 우승하면 생애 첫 상금왕까지 가능하다. KGT 제공
20대 초반에 ‘한국의 타이거 우즈’로 불렸으니 예전에도 골프를 잘 치긴 했다. 그런데 요즘은 쳐도 너무 잘 친다. 올해 출전한 6개 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것도 군대에서 갓 제대한 뒤 연이어 우승했으니 스스로도 깜짝 놀랄 활약이다. 주인공은 지난주 내셔널 타이틀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쇼트 게임의 달인’ 김대섭(31·아리지GC)이다. 8월 말 제대한 그는 지난달 동부화재 오픈에 이어 한국오픈까지 제패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 절실함이 깨운 천재
2001년 프로에 데뷔한 김대섭은 6승을 거둔 뒤 2010년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갔다.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며 집에서 출퇴근을 하긴 했지만 예전처럼 골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골프 선수가 마음껏 골프를 못 치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함께 필드를 누비던 선수 중에서는 한국 무대를 떠나 미국과 일본에서 맹활약을 하는 이도 있었다.
김대섭은 골프 중계를 보면서 부러움을 달랬다. 한국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물론이고 유럽 투어, 아시아 투어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중계를 봤다.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본 골프는 그에게 큰 공부가 됐다. 그는 “잘하는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치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배상문(26·캘러웨이)과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연구를 많이 했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다시 필드로 돌아갈 날을 기다렸다.
○ 쇼트 게임에 이어 드라이버까지 정복
김대섭이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김자영(21·넵스)의 쇼트 게임 스승이라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는 “자영이와는 같은 매니지먼트사(스포티즌) 소속이다. 5월경 소속사 형으로부터 ‘한번 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영이를 봐 주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대섭이 처음 본 김자영의 쇼트 게임은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그는 “어드레스부터 기본에서 많이 벗어나 있더라. 그런데 자영이가 정말 열심히 배우려고 했다. 이후 세 달 동안 30회 이상 쇼트 게임을 지도하면서 실력이 좋아졌다. 워낙 의지가 강하고 욕심이 많은 친구라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트 게임에 강점이 있던 자신은 드라이버에 새롭게 눈을 떴다. 군대에 가기 전 그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60∼270야드. 하지만 올 시즌엔 292야드로 늘었다. 그는 “살이 많이 쪘기 때문(73kg→78kg)일 것”이라면서도 “거리도 거리지만 정확도가 좋아졌다. 내가 생각한 오차 범위 5야드 안으로 드라이버 샷을 날릴 자신이 있다”고 했다.
○ 생애 첫 상금왕 도전
김대섭의 활약에 후원사들도 신이 났다. 그의 메인스폰서는 경기 여주에 있는 27홀 대중골프장인 아리지 골프장이다. 고급 돈육 생산업체인 다비육종도 서브 스폰서로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도와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이제 김대섭에게 남은 목표는 생애 첫 상금왕이다. 그의 최고 성적은 2002년과 2009년의 상금랭킹 2위. 그러나 올해는 단 2번의 우승으로 벌써 3억9465만 원을 벌어 상금 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4억4400만 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비오(22·넥슨)와는 4000여만 원 차이다. 그런데 PGA 2부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비오는 25일부터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 골프장(파71)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저 클래식에 출전하지 않는다. 김대섭이 이 대회마저 우승하면 우승 상금 8000만 원을 보태 생애 첫 상금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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