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의 가을 다이어리] SK 김바위 기록원, 사위 전준우에 “힘 빼”…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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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7시 00분


전준우. 스포츠동아DB
전준우. 스포츠동아DB
“사위를 분석해야 하는데…. 힘들지 않으세요?”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때도 그랬고, 이전에도 줄곧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의 타격메커니즘을 분석했는데 장인과 사위가 된 뒤 어떤 마음인지 궁금한 모양입니다.

솔직히, 복잡합니다. SK는 강팀입니다. 투수들만 봐도 상대 타자가 어떤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는지 빠르게 파악해 승부에 들어갑니다. 아무리 훌륭한 자료도 현장에서 발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데, 선수들 스스로 방대한 정보 속에서 어떤 부분을 참고해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압니다.

그럼에도 (저도 사람인지라) 사위가 고전할 때는 속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물론 직업상 SK의 약점이나 공략법 등을 귀띔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저 역시 야구를 했던 선배로서 큰 경기에서의 마음가짐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단기전이라고 투수가 시즌 내내 안 던지던 공을 획기적으로 잘 던지거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차피 던지던 공을 던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큰 경기에선 모든 선수가 전력을 다하기 때문에 약점을 파고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투수나 타자나 실투 하나의 싸움이 되는 겁니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사위가 올해는 꽤 오랜 기간 고전했습니다. (이)대호가 빠진 자리를 메울 중심타자로 기대를 모았고, 결혼에다 아이까지 너무 많은 것이 한꺼번에 다가오면서 부담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믿었습니다. 성실하고 앞으로 발전가능성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시간만 나면 무릎에 올려놓고 애지중지 키웠던 딸아이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한 이유입니다.

요즘 (전)준우는 주위에서 많은 말을 들을 겁니다. 저 역시 해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TV 광고 문구 중에 ‘더하기에 지칠 때 빼기’라는 말이 있죠? 적어도 지금은, ‘큰 선수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믿고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예전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집이 살아있구나’를 느꼈다고, 손녀라는 큰 선물을 안겨줘서 고맙다고 꼭 전하고 싶네요.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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