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병살·쐐기타…“오재원! 크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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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7시 00분


공·수·주에서 모두 빛을 발했다. 특히 값진 2타점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 오재원이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PO 3차전 7회초 1사 1·2루서 6-2로 멀찌감치 달아나는 2타점 중월 3루타를 터트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공·수·주에서 모두 빛을 발했다. 특히 값진 2타점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 오재원이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PO 3차전 7회초 1사 1·2루서 6-2로 멀찌감치 달아나는 2타점 중월 3루타를 터트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오재원은 PS스타일

3회 동점위기 막은 ML급 병살플레이
7회엔 승기 굳히는 2타점 쐐기 3루타
양승호 감독 “경계대상 1호”예상 적중

깡으로 파워한계 극복 값진 인간승리


“한번 미치면 어떤 플레이를 할 줄 몰라서요.”

롯데 양승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경계인물로 두산 오재원(27)을 꼽았다. 사실 정규시즌 때도 그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다. 타율이 높지도, 타점이 많지도 않지만 타석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고 출루하면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다. 과장된 액션으로 침체될 수 있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2연패 후 벼랑 끝에 선 팀을 구했다. 1회, 3회, 5회 모두 투수와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4사구로 출루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4-2로 앞선 7회초 1사 1·2루서 바뀐 좌완투수 강영식(롯데)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쐐기 3루타를 때려냈다. 이후 이원석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밟아 점수차를 5점으로 벌렸다.

하지만 이날의 백미는 수비에서 나왔다. 오재원은 1회 3점을 내며 앞서다가 2회 1점차로 턱밑까지 추격당한 뒤 3회말 1사 1루서 박종윤의 중견수 쪽으로 빠지는 안타성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냈다. 넥스트 플레이도 환상적이었다. 타구를 잡느라 쓰러진 상태에서 유격수 김재호에게 글러브로 백토스해 2루 포스아웃을 시켰다. 김재호는 1루수 윤석민에게 다시 송구해 ‘4∼6∼3’의 병살타를 완성했다. 단숨에 분위기를 두산 쪽으로 빼앗아오는 호수비였다. 위기를 넘기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오재원은 포효했다. 사실 그의 오버액션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두산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제스처지만, 상대팀 입장에선 불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오재원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그래도 야구가 좋았다. 말리는 가족을 끈질기게 설득해 야구선수가 됐다. 물론 고비는 숱하게 많았다. 2배, 3배는 더 악바리처럼 달려들어야 겨우 남들만큼 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기합을 넣다가 액션이 커졌다. 그러나 태생의 한계를 남다른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프로 미지명의 고배를 마셨지만 대학에 진학해 끝까지 야구를 했고, 2004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팀에 없어선 안될 핵심선수로 성장했다. 그 가치는 3차전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사직|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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